"물리적 불가한 일은 '배째거나', '하는척'"
최종 치료 불가한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
"24시간 당직 체계 도입 시 2500명 필요"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7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의사회)가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일명 '응급실 뺑뺑이' 현안 해결을 촉구하며 정부와 국회의 입법 방향에 강한 우려와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등 일련의 입법 움직임이 실효성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응급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현장 전문가의 위기감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이형민 응급의학과의사회장은 기자회견 서두에서 "물리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일이 주어지면 배째거나, 하는 척 하거나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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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7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임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119 강제수용 입법저지와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김찬규 대변인, 이형민 회장, 이강의 대외이사, 전호 총무이사. 2025.11.07 calebcao@newspim.com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취지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구급대원이 전화로 응급실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수용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 고지하도록 하는 '수용불가 사전고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또 응급의료기관이 24시간 당직체계를 유지하도록 하며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실 전담 당직 전문의 등이 최소한 2인 1조가 되도록 근무 체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응급환자의 최종치료를 위한 질환군별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사회는 이른바 '환자 뺑뺑이'의 근본 원인이 ▲수용 불가 상황의 구조적 문제 ▲최종치료 인프라 미흡 ▲거점병원에 경증환자가 몰리는 현상 등이라며 단순히 수용기준만 강화하는 입법이 아니라 '응급의 면책'을 포함한 현장 중심의 실질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요구 사항으로는 ▲응급 의료진에 대한 민·형사 책임 전면 면책 ▲상급병원 경증환자 이용 제한 등 효율적 환자 분산 ▲취약지와 지역의 응급 인프라 확충 ▲질환군별 최종치료 의료진 배치 및 연계 인프라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응급실 뺑뺑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며 전원(轉院) 조치 중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경우와, 최종 치료가 불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학전문의들을 토사구팽하듯이 내모는 법안이 적용된다면 더 많은 이탈이 발생해 현장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장의사들은 강제수용이나 과도한 법적 책임이 아니라 실제 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을 원한다"면서 "응급실 과밀화의 원인은 전문치료 기관 부족 때문이고, 일선 응급실이 받을 수 없는 상황임을 '안 받는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응급치료의 법적 책임을 응급의학 전문가에게만 집중하면 의료진은 점점 더 현장을 떠날 것"이라 했다. 책임 면책 없이는 응급실 수용성도 높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강의 대외이사는 "응급실 강제수용은 의학적 판단이 아닌 행정편의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며 "이대로라면 응급의료체계가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외이사는 개정안 내용을 들며 "최종치료 책임을 응급의료에 전가하고 있다"며 "권역센터 44곳, 지역센터 151곳에 24시간 2인 1조 근무 체계를 도입하면 최소 2000~2500명이 필요하고, 인력 수급과 예산 불가로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외이사는 "정치권은 현장을 모르는 비전문가 중심의 정책으로 응급의료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정작 환자의 예후와 생존율 향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호 총무이사는 "응급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인의 양심에 따라 끝까지 싸우겠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생명을 지키려 한다면,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