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강화·수요 위축…'현실 반영' 관건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K-스틸법'이 윤곽을 드러내며 한국 철강산업의 체질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산업 경쟁력 회복과 탄소중립 실현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과잉,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수요 위축, 국제 무역 환경 변화 등 복합 위기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법안만으로는 근본적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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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에서 생산되는 열연. [사진=현대제철] |
16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누적 철강 수출은 21억4000만달러, 173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다.
특히 미국이 6월부터 철강 수입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수출이 급감하며, 8월에는 전년 대비 28.7%까지 줄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철강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올해 미국에 납부해야 할 관세는 약 2억8100만달러(약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업계는 "수익성 악화는 물론, 중소 협력사로의 타격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 K-스틸법 기대 증폭…정치 변수에 발목
직접적인 관세 해법은 아니지만,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 카드로 'K-스틸법(한국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주목받고 있다.
법안에는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 ▲5년 단위 중장기 계획 수립 ▲재정·세제 지원 ▲탄소저감 기술 지원 ▲무역 불공정 대응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법안은 현재 본회의 상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하 소위원회에 상정돼 있으나, 여야 간 대립과 정치적 변수로 인해 8월 예정이던 처리 시기를 넘겨 10월 현재까지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업계는 조속한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정치권 내 우선순위 조정과 갈등으로 통과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 후속 정책과 산업 대응, 실행이 관건
일각에서는 K-스틸법이 '근본 해법'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K-스틸법이 산업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후속 입법과 정책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첨단 소재 개발, 스마트 제철소 구축, 인력 재교육 및 재배치, 글로벌 시장 다변화 전략 등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는 이달 중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수소환원제철 및 특수탄소강 등 저탄소 전환 기술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지원을 포함할 계획이다. 미국과 EU 등 주요 교역국과의 협의 채널도 가동 중이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철강 부원료 수입 관세 할당 확대 등 주요 현안은 아직 구체적인 결론이 나지 않았다.
◆ "현장 체감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현장에서는 법 제정보다 정책의 실행력과 산업 생태계 복원력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제철기업은 수소환원제철, 탄소저감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중소업체의 경우 자금난과 인력 부족으로 전환이 더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국가에서 산업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정책이 시행될 경우 지역경제 불안은 물론 국가경제 전반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균형 잡힌 정책 설계와 현장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어 "국내 산업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하며, 배출권 규제 강화는 산업 보호 정책이 수립될 때까지 일정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han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