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예선 D조서 '전통 강호' 카메룬 제치고 1위
아이슬란드 이어 두 번째로 인구 적은 월드컵 출전국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아프리카 서쪽 끝자락의 작은 군도국가 카보베르데가 기적을 써냈다. 인구 52만 명 남짓한 카보베르데는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며 대륙 전체를 놀라게 했다.
카보베르데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자국 수도 프라이아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 D조 최종전에서 에스와티니를 3-0으로 완파했다.
전반전에는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혀 득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후반 들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후반 3분 다일론 리브라멘투가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터뜨렸고, 6분 뒤 윌리 세메두가 추가 득점으로 격차를 벌렸다. 경기 막판 스토피라가 쐐기골을 넣으며 완승을 완성했다.
![]() |
[서울=뉴스핌] 사상 첫 월드컵 본선을 밟게 된 카보베르데. [사진 = FIFA SNS] 2025.10.14 wcn05002@newspim.com |
이 승리로 카보베르데는 예선 10경기에서 7승 2무 1패, 승점 23점을 기록하며 조 1위를 확정했다. 이날 앙골라를 상대로 0-0 무승부에 그친 카메룬(승점 19·5승 4무 1패)을 따돌리고 북중미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카보베르데가 FIFA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하는 것은 1986년 FIFA 가입 이후 처음이다.
이번 대회부터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아프리카 지역 예선 방식도 달라졌다. 6개국씩 9개 조로 나뉘어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예선을 치르고, 각 조 1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각 조 2위 중 성적이 가장 좋은 4개국은 별도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대륙 간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다투게 된다.
카보베르데는 이로써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알제리, 가나에 이어 아프리카 대륙에서 여섯 번째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15개의 섬으로 이뤄진 카보베르데는 대서양 한가운데 위치한 군도국가로, 15세기 포르투갈 탐험가들에 의해 발견된 후 500년 넘게 식민지로 지내다가 1975년에 독립했다.
국토 면적은 4033㎢로 한국(10만266㎢)의 약 25분의 1에 불과하며, 세계은행 기준 인구는 52만5000명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번 본선 진출로 카보베르데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인구 33만명으로 출전했던 아이슬란드에 이어, 역대 월드컵 본선 참가국 중 두 번째로 인구가 적은 나라가 됐다.
카보베르데는 작은 나라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거대 강국에 뒤지지 않는다. 1986년 FIFA 가입 후 2002 한일 월드컵부터 꾸준히 예선에 참가해 왔고, 2013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첫 출전 당시 8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2023년 대회에서도 다시 8강 진출에 성공하며 '작은 거인'으로 불렸다.
2000년대 초반 한때 FIFA 랭킹 182위까지 떨어졌던 카보베르데는 2014년 27위까지 오르며 급성장했다. 현재는 70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출난 선수는 없지만 팀 밸런스가 우수하다는 평가다. 선수 개개인을 따졌을 때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에서 뛰는 선수는 없지만, 팀 전체가 유럽 무대 경험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