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실체 규명...수사외압·호주대사 의혹서 성과
10월 중하순 尹 소환할 듯...대면조사 없이 기소할 수도
구명로비 등 진척 더뎌...'공판 전 증인신문' 돌파구 마련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됐다"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이 지난해 6월 국회에 출석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를 겨냥해 한 말이다. 순직해병 사망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채해병 특별검사팀(이명현 특검)은 이 'VIP 격노설'의 실체를 밝히는 데 집중해왔다.
◆ 'VIP 격노설' 확인...수사외압·호주대사 의혹도 성과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낸 뒤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앞선 국회 청문회 등에서 격노설에 대해 모른다거나 부인했으나, 특검 조사실에 와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는 것을 봤다'고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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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당시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화내는 걸 봤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고,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도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낸 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VIP 격노설'은 채해병 특검팀의 본류 사건인 '수사외압 의혹'의 발화점이기도 하다.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사건기록 이첩 보류 지시·국방부검찰단의 사건기록 회수·박 대령 항명 입건 등이 이어졌다고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은 국방부·군·경찰 관계자의 진술들을 교차 검증하며 관련 사실관계를 재구성한 뒤 '핵심 윗선'인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다섯 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제 윤 전 대통령 조사만 남았다.
역시 '정점'에 윤 전 대통령이 있는 '이종섭 호주대사 도피 의혹' 수사도 상당 부분 진척됐다.
특검팀은 피의자 신분이었던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는 '비정상적'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17일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대사직을 먼저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적법한 과정을 거쳐 호주 대사로 임명됐고, 범인도피 의혹은 악의적 프레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추석 연휴 후,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해 '수사외압 및 호주대사 도피'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소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수순이 유력하다.
◆ 출범 3달째 구속·기소 전무..."10월 중순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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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09.26 photo@newspim.com |
수사 개시 후 세 달여가 지났음에도 아직 채해병 특검팀이 구속하거나 기소한 인물이 없다. 지난 7월 모해위증 혐의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뒤 신병 확보 시도조차 없었다.
이미 같은 시기에 출범한 김건희 특검팀이 구속 기소한 김 여사의 재판이 속도를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법조계에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이 1호 기소 대상자로 거론된다. 다만 임 전 사단장이 해당 혐의와 관련해 대부분의 질문에 진술을 거부해 주변 인물의 진술만으로 재판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임 전 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국가인권위원회의 박 대령 긴급구제 신청 기각 관련 의혹·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채해병 사건 수사 지연 의혹 등은 상대적으로 진척이 더디다.
개신교계 구명로비 의혹 핵심 인물인 김장환 목사와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은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해, 특검팀은 지난 2일 두 사람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달 중하순경 윤 전 대통령 소환 조사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 같은 '지류' 사건들도 순차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신속한 수사 마무리를 위해 특검법 개정에 따라 13명의 추가 인력을 보강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앞서 정례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이후 10월 중순 경엔 실질적인 수사를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특검법 개정안에 따라 11월 말까지 수사를 끝낸다면 그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10월 중순까지 정리가 많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