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지 베스페이지 블랙코스는 뉴요커의 텃밭
미국팀 단장 "국기 달고 뛰면 뉴욕팬 열정 폭발"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2012년 라이더컵에서 15번 홀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버디 퍼트를 넣었다. 마치 메이저 우승을 확정한 듯 주먹을 날리고 포효했다. 파트너 필 미컬슨과 얼싸안고 그린을 향해 달려가던 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올해 미국팀 단장인 브래들리는 당시 걸음을 멈춰야 했던 이유에 대해 "소리를 너무 질러서 별이 보였다. 거의 쓰러질 뻔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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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라이더컵에 선수로 참가했던 키건 브래들리. [사진=PGA 동영상 캡처] |
2년에 한 번 열리는 미국-유럽 간 국가대항전 라이더컵은 상금도, 세계랭킹 포인트도 없다. 국기를 가슴에 단 자부심이 모든 걸 지배한다. 뜨거운 승부욕과 열정이 있다. 그래서 한 개의 클러치 퍼트 성공이 메이저 우승 세리머니 같은 반응을 만든다. PGA투어닷컴은 23일(한국시간) 개막을 사흘 앞둔 제45회 라이더컵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라이더컵은 홈팀이 절대 유리한 무대다. 최근 13번 중 11번을 홈팀이 우승컵을 가져갔다. 과거엔 코스 스타일 차이나 시차 적응 등으로 설명할 수 있었지만 이제 양 팀은 같은 투어에서 뛰며 전력도 비슷해졌다. 그럼에도 홈·원정 격차는 더 커졌다. 홈팀이 코스 셋업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홈팀 선수에게 유리하게 러프 길이, 그린 스피드, 핀 위치까지 세밀히 조정한다. 이런 코스 정보를 홈팀 선수에게만 공유해 원정팀이 불리하다.
미국과 유럽팀의 기량 차이는 거의 없다. 최대 변수는 극성스러운 '관중'이다. 2023년 이탈리아 대회에는 27만 명이 몰렸다. 홈팀엔 '날개'지만 원정팀엔 '압박'이다. 개막 첫날 유럽은 포섬을 싹쓸이했고 미국은 아침부터 무너졌다. 셰인 로우리는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고 말했다.
갤러리의 음주와 함성이 허용되는 '골프 해방구' 피닉스 오픈처럼 라이더컵은 출전 선수들에게 '멘털 시험대'다. 미국팀의 맥스 호마는 "다리에 휴대폰 50대를 묶어놓고 동시에 울리는 느낌이었다"고 긴장감을 표현했다.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마저도 첫 티샷이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긴장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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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라이더컵이 열리는 뉴욕 베스페이지 블랙코스. [사진=PGA 동영상 캡처] |
이번 대회는 뉴욕 베스페이지 블랙코스에서 열린다. 브래들리는 "뉴욕 팬들은 원래 열정적이다. 국기를 달고 뛰면 그 열정은 세 배가 된다"고 했다. 유럽팀은 관중 야유에 대비해 VR 훈련까지 하고 있다. 베스페이지 블랙코스는 뉴요커들이 줄 서서 플레이하는 '그들만의 코스'다. 홈팬들은 코스를 훤히 꿰뚫고 있다. 과연 지난 대회 우승팀인 유럽이 미국의 홈 텃세를 뚫고 2연패를 이룰 수 있을까.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