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편의시설' 홈페이지에 게재한 법원, 전국에 4곳 불과
"법원 장애인 화장실, 전동휠체어는 문 못 닫아"
"법정서 수화 통역사 위치조정 요구하자 재판부 이해 못해"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법원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곳곳에 마련돼 있지만, 정작 이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불편과 제약이 많다고 토로했다. 경사로 폭부터 화장실, 보안검색대, 재판 진행 방식까지 장애인 접근권 보장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 홈페이지에 '장애인 편의시설' 정보도 미기재
19일 전국 각 법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재해 두는 법원은 전국에 4곳(광주·대구·대전·부산고등법원)뿐이다. 지방법원 본원이나 지원, 등기소 홈페이지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법원 내에는 장애인을 위한 전용주차장과 점자 블록, 도우미 호출벨과 휠체어, 전용화장실과 같은 편의 시설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법원 방문 전 정확히 어떤 편의를 제공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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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 편의를 위해 설치된 경사로도 마냥 편하지 않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로 현재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재판을 받는 뇌병변 장애인 유진우 씨는 "경사로의 폭이 너무 좁았다. 크기가 큰 전동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유 씨는 "경사로가 'ㄴ' 자로 돼 있어서 한 번 꺾어야 하는데, 코너를 돌 때 매번 휠체어가 부딪치곤 한다. 안전봉이 없으면 떨어질 정도"라고 했다.
법원에 들어선 후에도 보안검색대를 넘나들 때 또다시 수고로움이 발생한다. 유 씨는 "통과는 가능한데,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갈 때마다 넘어질 뻔한다"라고 했다. 관련 민원은 지난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제기됐다. 제주지법에서 보안검색대를 이용하는 중 장애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다는 내용이다. 인권위는 이 민원을 각하 처리하고 조사를 종결했다.
◆ "장애인 화장실, 전동휠체어 타면 문도 안 잠겨"
한 달에 한두 번씩 법원을 향하는 지체장애인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법정을 들어설 때와 화장실 사용이 불편하다고 꼽았다. 이 회장이 타는 전동휠체어의 부피가 커 화장실 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 씨 역시 같은 불편함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법원의 장애인 화장실은 그냥 화장실 크기만 넓혀서 만든 것 같다. 수동휠체어는 괜찮지만, 전동휠체어는 부피가 커서 사선으로 둬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문을 닫기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또 "법원뿐만 아니라 경찰서 안에 있는 화장실도 문이 잠기지 않아 열어둔 채 볼일을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올해 이 회장과 같은 지체장애인이 '사법기관에서 불편함을 겪었다'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경우는 20건이나 된다.
이 회장은 법정에 들어갈 때가 가장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법정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부족하므로, 피고인석에 서기 위해서는 법정에 있는 의자를 모두 빼 공간을 만든 후에야 들어갈 수 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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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2025.09.19 choipix16@newspim.com |
법원 안에서 불편함은 장애 유형마다 산적해 있다. 장애인 사건을 여러 차례 대리한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재판 중 수화 통역사의 위치 조정에 불편함을 겪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농인들을 대리한 적이 있는데, 재판부는 수화통역사를 농인들 왼편에 서게 했다. 그런데 수화 통역의 기본은 농인들이 잘 보이는 곳에 서는 것"이라며 "그 점을 지적했더니 재판부는 왜 자리를 옮겨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를 못 하더라. 수화통역사가 서는 자리조차 건의해서 고쳐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하는구나, 새삼 깨달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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