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비대위, '근조' 시위 등 반발 확산
일방적 조직개편에 총파업 가능성까지
리더십 상실 위기, 감독기능부실 우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우리가 무너지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의 마지막 보루다. 끝까지 가겠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감원 분리 등을 골자로 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확정된 이후, 금감원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했다. 서울 여의도 본원(본사) 로비에서 검은 옷을 입고 흰 국화를 들며 '근조(謹弔)' 시위도 한다.
이재명 정부 수립 이후 지속적으로 조직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금감원 직원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에 분노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서도, 금융감독기구의 정체성을 위해서도,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외쳤지만 완벽히 무시당했다며 허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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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연 금융증권부 차장. |
비대위의 논리는 명확하다.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분리하는 건 조직개편의 목적인 소비자보호강화에 오히려 부정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1999년 설립돼 25년동안 금융감독 업무를 수행해 온 조직원 전체가 모두 동의하는, 단일화된 의견이다.
조직개편에 필요한 법 개정 조문만 9000개 이상임에도 세분화된 논의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조직개편 후에도 업무를 수행해야 할 당사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금감원을 대변해야 할 이찬진 원장이 정부 입장만 언급하고 있다는 것도 직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이다. 이 원장은 근조 시위가 연일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지난 16일 조직개편을 위한 '입법대응TF'를 가동하며 "정부가 최종 확정, 발표한 사안이므로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 금감원 직원은 "소비자보호를 그토록 강조하는 이 원장에게 정작 그 업무를 수행할 조직과 직원을 보호해야 할 책무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명확하게 보이는 조직개편 부작용이 현실화되면 아마도 또 우리탓을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감원 조직개편 사태는 한국산업은행(산은) 부산 이전 사태와 놀랍도록 닮았다.
윤석열 정권은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산은 부산 이전을 일방 추진했다. 정책적 효율성이 낮고 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리고 강석훈 회장은 정부 입장만을 반복하며 오히려 혼란과 분열을 키웠다.
이재명 정권은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보호강화를 이유로 금감원 조직개편을 일방 추진하고 있다. 정책적 효율성이 낮고 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리고 이 원장은 정부 입장만을 반복하며 오히려 혼란과 분열을 키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조직개편의 당위성 여부를 떠나 그 절차와 과정이 이재명 정부가 그토록 비난했던 윤석열 정부와 복사판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라며 "당사자들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이 방법이 과연 맞는가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는 과격한 사람이 아니다. 모든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하지 않겠다. 충분히 듣고 소통해서 결정하겠다."
이 원장은 지난 8월 14일 취임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처럼 말했다. 한달이 지났지만 그가 말한 소통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원장의 진정한 역할을 고민하라"는 직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