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추대 이어 임시 내각 구성에 영향력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네팔에서 Z세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젊은 활동가들이 이제는 과도정부 구성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전 여성 대법원장을 네팔 역사상 첫 여성 임시 총리로 세우면서 폭력 사태가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실라 카르키(73) 임시 총리는 지난 12일 취임 이후 연 첫 내각 회의에서 시위대의 요구였던 부패 척결에 나서고, 6개월 임기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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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내각 회의 주재하는 수실라 카르키 네팔 임시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망가진 국가 구조를 재건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Z세대의 사고방식에 따라 일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부패 종식, 좋은 통치, 경제적 평등"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위는 정부가 지난 5일 가짜 뉴스'확산을 막겠다며 26개의 주요 소셜미디어 접속을 차단한 것을 계기로 촉발됐다. 이미 부패와 경제 불황에 불만이 쌓여 있던 청년층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한 7개 주요 도시에서 경찰과 격렬히 충돌했다. 대통령·총리 관저, 정치인 자택, 정부 건물 등에 방화와 파손이 이어졌으며, 사망자는 72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최소 2,113명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샤르마 올리 총리는 결국 사퇴했다.
카르키 총리는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3월 5일 총선까지 임시 내각을 이끌 예정이다. 그를 임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은 DJ 출신 활동가 수단 구룽(36)이다.
시민단체 '하미 네팔(우리는 네팔이다)' 창립자인 구룽은 부패 척결로 명성이 높은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추천하며 대통령과 육군참모총장을 설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하미 네팔은 디스코드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만 명의 청년들을 조직했고, 참가자들은 VPN을 사용해 정부가 차단한 플랫폼에 접속했다. 이들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16만 명을 넘어섰다.
구룽과 지도부는 카르키 총리뿐 아니라 과도정부 주요 인선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전 정권이 임명한 일부 관료 교체 문제도 논의 중이다. 단체는 "유능하고 역량 있는 청년들이 참여하는 정부를 추진하고 있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밝혔다.
구룽은 자신과 단체 인사들이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내년 총선까지 의사결정 과정에는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첫 기자회견에서 "권력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부패 정치인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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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수단 구룽 '하미 네팔' 창립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