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40대까지 인연을 이어 가는 두 친구 이야기
김고은과 박지현, 얽히고설키는 감정 표현 눈길
레트로 감성 가득한 소품, 몰입도 높이는 OST 눈길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은중과 상연'은 김고은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김고은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드라마를 보다가 낄낄거리게 만드는가 하면, 아련한 눈빛으로 마냥 설레게 만들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김고은을 제외한 나머지 배역들은 다소 존재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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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사진 = 넷플릭스] 2025.09.12 oks34@newspim.com |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이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 김고은은 20대부터의 은중 역을 맡아 상연 역의 박지현과 짙은 감정의 교류를 나눈다.
은중과 상연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처음 만난다. 은중은 아파트 신축으로 전학 오게 된 상연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그때부터 가장 가까웠기에 가장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서사가 시작된다. 두 사람은 20대 대학 동아리에서의 재회, 30대의 불편한 만남을 거쳐, 40대에는 '상연'의 조력사망을 위해 스위스로 동행하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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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사진 = 넷플릭스] 2025.09.12 oks34@newspim.com |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질투와 동경의 감정을 오가며 결국 멀어진 '은중'과 '상연'의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디테일한 감정 묘사에 있다. 드라마는 두 사람이 겪었던 수많은 사건을 되짚으며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온전히 따라가게 만든다. 김고은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사랑하지만 미워하는 모순된 감정들을 범상치 않은 감정 연기로 표현해 낸다. 살면서 친구에게 한 번쯤 느껴봤을 애증, 동경, 열등감 같은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김고은은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섬세한 눈빛 연기를 선보인다. 캐릭터의 나이대에 따라 달라지는 헤어스타일과 옷차림 같은 외형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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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사진 = 넷플릭스] 2025.09.12 oks34@newspim.com |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이어지는 작품 속 배경은 각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반영하여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각각 다른 렌즈와 필터를 사용해 영상 톤을 구분하고, 소품과 의상을 활용해 시점별로 주된 컬러감을 변주하여 다양한 시간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삐삐, PC 통신, 필름 카메라, 2G 폴더 휴대폰 등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소품들은 향수를 자극한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 흐르는 '은중과 상연'만의 OST가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최유리, 폴킴, 제이레빗, 권진아 등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은중'과 '상연'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김고은과 박지현의 호흡이 주된 관전 포인트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파묘', 드라마 '작은 아씨들', '유미의 세포들' 등 스크린과 TV를 넘나들며 다양한 배역을 소화한 김고은이 대학 신입생부터 40대까지의 폭넓은 연기를 선보인다. '상연' 역의 박지현은 영화 '히든페이스', 드라마 '재벌 X 형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이어 김고은과 호흡을 맞춘다. 그러나 디테일한 감정 연기를 소화하는 데는 다소 힘에 부쳐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잔잔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높은 흡인력으로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매력이 넘치는 드라마인 건 확실하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