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2.9%·실업수당 청구 4년래 최고… '이중 압박'
트럼프 압박 속 금리 인하 불가피… 인하 폭이 최대 변수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신호가 점차 짙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다음 주 쉽지 않은 금리 결정을 마주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각) 발표된 자료는 민간 부문과 연준 내부 경제학자들이 올해 초부터 우려해온 문제, 즉 무역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경기를 둔화시키는 동시에 물가를 끌어올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는 0.4% 상승했고, 연간 기준 물가 상승률은 2.9%로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에는 2.7%였다.
동시에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주 4년 만에 최고치로 급증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9월 6일로 끝난 주간에 약 26만3천 명이 신규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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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Fed) 본부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제이슨 퍼먼은 목요일 블루스카이(Bluesky)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기미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옵션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 소속 다니엘 호른웅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오르는 동시에 노동시장의 약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은 나쁜 소식"이라고 짚었다.
웰스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라 하우스는 "이번 인플레이션 수준은 지난 몇 년간 경험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하다"면서도 "다만 과거 세대적 수준의 가격 급등 이후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예전만큼 가격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역할은 경제의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조절하는 것과 같다.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연준은 금리를 올려 브레이크를 밟는다. 반대로 실업률이 올라가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식이다.
이 때문에 다음 주 연준 정책회의는 평소보다 훨씬 면밀히 분석될 전망이다.
연준은 다음 주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고용 시장 약화를 근거로 인하를 이미 시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하 폭이다. 표준적인 0.25% 혹은 0.5%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경제 고문인 스티븐 미란이 연준 7인 이사회(Board of Governors) 승인 여부를 월요일에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승인 직후 화요일부터 연준의 2일간 회의가 시작된다는 점에서도 연준의 정책 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연준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인하 폭이 지나치게 작으면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할 수 있고, 반대로 과도한 인하로 물가가 다시 불붙을 경우 신뢰성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압박까지 겹치면서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치적·경제적 파장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올 들어 가장 중요한 정책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