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공소청 체제 전환…지역 중수청은 현 검찰과 유사한 설계 전망
법조계 "사건 지연되면 피해 오롯이 소송 당사자에게" 우려
檢 내부선 "수사권 행사 반성해야 하는 이유 된 것 같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정부가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 등이 담긴 정부조직안을 새롭게 내놨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검찰청은 약 70년 만에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앞서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이미 지연되고 있는 일반 형사 사건 처리 기간이 더 늘어나는 등 민생 사건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만큼, 재판 절차 또한 늦어지게 될 전망이다.
9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중수청·공소청 설치는 법률안 공포일로부터 1년 후로 유예하고 남은 기간 세부사항을 다듬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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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사진=뉴스핌DB] |
개편안에 따르면 중수청은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전담하고, 공소청은 공소제기·유지 기능을 전담한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로 가고,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를 유지한다. 각 지역 중수청은 기존 검찰의 지검·지청 구조와 유사하게 설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 폐지 이유에 대해 그동안 정부여당은 검찰이 권한을 남용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검찰이) 그동안 권한을 계속 남용해오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고, 스스로가 정치권력이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검찰청 폐지 등을 두고 심각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의 정치적 사건 등을 제한하기 위해 99%의 일반적인 형사사건에 악영향이 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 초 한 단체의 배임·횡령 사건에서 피고소인 측 변호인을 맡아 의견서를 내고 조사까지 받았는데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중간중간 경찰에 연락을 했는데 '수사 중'이라는 답만 들었다. 이렇게 되면 피고소·고발인 입장에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지휘가 있던 시절에는 검사들이 사건을 책임지다 보니 경찰에게 계속해서 기간을 정해 보고를 받으려고 하고, 이게 지켜지지 않는 경우 직접 수사를 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검사가 책임을 질 수 없고 경찰도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사건 처리 지연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변호사는 "사건 처리가 지연되면 변호인 입장에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당연히 소송 당사자에게 돌아갈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한 번 묻힌 사건은 2~3년이 넘어도 처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검찰 수사력을 보존할 수 없게 되면, 결국 민생 사건의 피해자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권한 남용이 문제라면 그 부분을 통제할 생각을 해야지, 기관 자체를 날려버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부연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여전히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 통제를 제거하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범죄 수사를 사전적·적극적 견제하던 기능이 문자 그대로 증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주훈 대전지검 형사3부장검사도 이날 이프로스에 "그동안 주제넘게 수사권을 남용해 국민을 괴롭힌 것을 반성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부장검사는 2022년 경찰이 특수상해죄로 송치한 여성에 대한 보완수사를 통해 그가 피해자였음을 밝힌 사건을 소개했다.
이 부장검사는 "지금 이뤄지는 논의에 비춰봤을 때 3년 전 내가 벌인 오지랖과 주제넘은 수사권 행사는 반성해야 하는 이유가 된 것 같다"며 "노산에 임신성 당뇨로 인해 야채로 연명하던 시절 적극적인 자세로 야근까지 해가면서 수사랍시고 행한 나의 어리석음을 반성한다"고 꼬집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