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고용 증가율 3.6%
인재 순유입 OECD 뒤에서 '네 번째'
다양한 분야, 기업에 고루 지원해야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국가가 100조원을 투자해 준다고 하면 뭐해요. 정작 취업준비생들에게 AI만큼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가 없어요"
"솔직히 세간에서 AI를 연신 외치고 있지만 관련 스타트업 중에서 인재를 끌어모으고, 시장의 주목을 받는 기업이 있나요? 닷컴 버블처럼 거품이라도 꼈으면 좋겠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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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중기부 이석훈 기자 |
기자는 '인공지능(AI) 100조 투자'를 공약했던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을 즈음에 스타트업 취재를 시작했다. 당연히 AI 스타트업에 대한 장래가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히 AI 산업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인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현재 개발자 직군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것이 바로 AI다. 학원에서 100명을 예상하고 강의를 열면 실제 수강생은 60명밖에 안 된다는 소문이 취업준비생 내 퍼질 대로 퍼졌다.
이는 AI 산업에 대한 예비 개발자들의 인기가 사그러졌다기 보단, AI 산업에 대한 취업문이 협소해졌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고용인원 전년 동기 증가율은 3.6%에 그쳤다.
3년 전만 해도 47.6%에 그쳤던 증가율이 16분의 1 가량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변동률을 보면 ▲2022년 하반기(30.2%) ▲2023년 상반기(11.4%) ▲2023년 하반기(7.5%) ▲2024년 상반기(8.0%) ▲2024년 하반기(5.9%) 등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점도 AI 채용 가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AI에 대한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의 관심이 떨어진 게 아니다"라며 "다른 분야에 비해 채용 문턱이 높기 때문에 준비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기존 인재들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스탠퍼드대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AI 인재 순유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38개국 중 뒤에서 네번째였다. 오히려 AI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과학기술 연구 인력이 약 4만7000명이 모자를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는 "AI 스타트업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인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특정 분야를 막론하고 해외, 규모가 큰 기업 등 자금력이 높은 곳으로 인재들이 쏠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고용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서 '국가대표 AI'에 선정된 소수 컨소시엄에 대한 집중도가 과해졌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가대표 AI에 선정된 5개 컨소시엄은 모두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소버린 AI)' 개발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며 "이 밖에도 컴퓨터 비전, 로보틱스 등 다양한 AI 활용 분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5개 컨소시엄 중 업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전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특정 분야·기업이 아니면 제도적 혜택을 받기 어렵고, 인재에 투자할 여력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AI 강국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법 개정을 시도한다거나, 100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다만 정부가 AI 강국 실현이라는 '잔치'를 예고한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인재를 모으는 데에도 집중했으면 좋겠다. 결국 AI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