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석유화학 중심 구조에서 소비재로 무게 이동
애경산업, 한때 '뷰티 빅3'였지만 최근 글로벌 확장에 제동
자본력 기반으로 글로벌 유통망 확충 기대감 커져
브랜드 리뉴얼과 마케팅 역량 확보가 성패를 가를 열쇠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애경산업 인수 우섭협상대상자로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태광산업이 새롭게 재편할 애경산업이 다시 K뷰티의 주요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K뷰티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 삼정KPMG는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약 63%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거래가 최종 마무리되면 태광산업은 애경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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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산업 사옥. [사진=애경산업 제공] |
◆전통 제조기업 태광, 소비재로 눈 돌리다
태광산업은 석유화학·섬유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영해온 전통 제조 기업이다. 그러나 ESG 경영 강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 필요성이 커지면서 소비재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왔다. 안정적이면서도 성장성이 높은 생활용품·화장품 분야를 차세대 축으로 삼아 그룹 체질 개선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한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모태 사업이자 대표 생활소비재 기업이다. 케라시스, 2080 등 생활용품 브랜드와 루나, AGE 20's 등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며 한때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함께 '뷰티 빅3'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6791억 원, 영업이익 468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뷰티 트렌드 변화, 국내외 경기 둔화, 경쟁사들의 공격적 마케팅 공세 속에서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태광산업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석유화학 중심 수출 구조에 뷰티 산업을 더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주요 시장에서 K뷰티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기회로 보고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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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태광산업] |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업계 시각
업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애경산업이 그간 글로벌 확장에서 더딘 행보를 보여온 만큼 태광산업의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국내 인지도가 높지만 해외 인프라가 약했다. 태광의 자본이 뒷받침되면 글로벌 유통망 확충과 마케팅 강화에서 이전과는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태광산업이 전통적으로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사업 구조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소비자 대상(B2C) 사업에서는 무엇보다 마케팅 역량이 중요하지만 태광이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른 관계자는 "K뷰티가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배경에는 혁신적인 제형과 제품력, 온라인·SNS 기반 마케팅, 적극적인 해외 공략이라는 세 가지 축이 있다"며 "태광과 애경의 시너지가 이 가운데 어느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인수가 애경산업의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단순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머물지 여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태광그룹은 지난 7월 화장품·에너지·부동산 등 신사업에 내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업계는 태광산업이 단순한 자본 투자에 그치지 않고 애경산업의 브랜드 리뉴얼과 글로벌 전략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추진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태광산업이 B2C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려면 단순히 생산·유통만이 아니라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시장과 소비자 모두 일단은 예의주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