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 6~7000억, 경영권 프리미엄 제대로 붙었다
생활용품+화장품 포트폴리오…리스크 분산 구조
자체 생산기지·유통망 갖춘 '완성형 소비재'
K뷰티 훈풍 타고 글로벌 확장성도 '플러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시가총액의 두 배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애경산업 인수전에 대한 투자업계의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생활용품과 화장품 브랜드를 모두 보유한 데다 생산시설과 글로벌 유통망까지 갖춘 수직계열화 구조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불고 있는 K뷰티 열풍이 더해지며 매각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최근 예비입찰을 마무리하고, 티투프라이빗에쿼티(태광그룹 계열)·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폴캐피탈코리아·일본 라이온코퍼레이션 컨소시엄 등 4곳을 적격 예비 인수 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했다. 이들은 현재 본입찰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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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 위치한 애경그룹의 본사 애경타워. [사진=애경그룹 제공] |
애경산업은 매우 비싼 몸값으로 시장에 나왔다. 애경산업 측에서 제시한 희망가는 약 6000억~7000억원대로, 현재 시가총액(4300억원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붙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20~30% 정도 얹는 게 일반적이지만, 애경은 그보다 훨씬 높은 40~60%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럼에도 대기업부터 글로벌 사모펀드까지 입찰에 몰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애경산업 매각 대상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38%이다.
애경산업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애경산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이라는 양축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생활용품은 안정적인 내수 시장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방어형 자산이고, 화장품은 글로벌 확장 및 트렌드에 따라 매출이 뛸 수 있는 성장형 자산이다. 하나가 주춤하더라도 다른 하나가 보완해 줄 수 있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또 애경산업이 자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자체 공장을 보유할 경우 생산 일정, 품질, 원가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 유연성 확보가 가능하다. 향후 원가 절감 효과나 OEM 납품 확대 등 추가 수익 창출 여력도 있다. 현재 뷰티 시장의 많은 브랜드 기업들은 외주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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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뷰티데이에 참여한 중국 왕홍이 애경산업의 에이지투웨니스 팩트를 들고 SNS에 중계하고 있다. [사진=애경산업 제공] |
최근 들어 K뷰티가 다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도 호재다. 애경산업은 이미 글로벌 유통 채널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해외 매출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는 구조다. 이같은 이유에서 애경산업 인수전은 하반기 최대 M&A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사실상 태광그룹과 중국계 앵커PE의 양자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태광은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며, 앵커PE는 바이아웃 전략에 특화된 펀드인 만큼 기반이 갖춰진 애경산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 최근에는 태광산업이 자금조달 핵심 수단이었던 교환사채 발행에 제동이 걸려 앵커PE의 인수쪽으로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쇼트리스트 선정을 마친 현재, 본입찰은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후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이 시장에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매물로 나왔지만, 매도자 측은 가격을 낮출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처음부터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통으로 인수해야 하는 구조여서, 사실상 외국계 사모펀드 외에는 인수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파다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외국계 PE가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