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 배터리 공장 급습 이후 대거 이감
수감시설은 '곰팡이·누수·벌레' 지적 잇달아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이민 당국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불법 체류 단속을 벌여 300여 명의 한국인을 포함한 475명을 억류한 가운데, 이들이 구금된 폭스턴 이민자 수용소(Folkston ICE Processing Center)의 열악한 환경이 논란이 되고 있다.
폭스턴 수용소는 미국 최대 민간 교정업체인 GEO 그룹이 2017년부터 ICE(이민세관단속국)와 계약해 운영하는 시설로, 공식 최대 수용 인원은 1100명이지만 이미 과밀 상태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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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토안보부 감찰실(OIG) 2021년 보고서에서 지적된 폭스콘 실태, 2025.09.07 koinwon@newspim.com |
◆ 음식 썩고 샤워실엔 오물"…수감자 증언 잇따라
미국 국토안보부 감찰실(OIG)이 지난 2021년 11월 현장을 불시 점검한 뒤 작성한 보고서에는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와 고인 물, 곰팡이가 번진 샤워실 환기구, 해충(벌레) 창궐, 온수 불능, 고장 난 화장실 등 비위생적이고 노후화된 시설 실태가 담겼다. 당시 공개된 사진에는 벽과 환기 시설 곳곳에 곰팡이가 검게 번진 모습이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또한 수감자들이 부적절하게 수갑이 채워졌고, 오락 및 세탁 시설 접근이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뒤 ICE 내부 검사관은 폭스턴에 '우수(superior)' 등급을 부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메이카 출신의 한 수감자는 지난해 지역 언론에 "환경이 감옥보다 열악하다"면서 "샤워실 바닥에 물이 고여 있고 대변·음모·침이 뒤섞여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음식은 모두 유통기한이 지났고, 식사용 닭고기 상자에는 '식용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2024년에는 9개월간 폭스턴에 구금돼 있던 57세 인도계 수감자가 흉통을 호소했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했다. ICE의 검토 보고서는 의료진의 처치가 "안전 한계를 벗어나 있었고 그의 사망에 직접 기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외에도 폭스턴에서는 전문 진료 접근 부족, 정신건강 관리 미흡, 민원·요청 처리 지연, 격리 수감자 처우 부실 등이 반복적으로 적발됐다. 국토안보부 감찰실과 미 회계감사원(GAO)도 잇따라 보고서를 내고 개선을 권고했지만, 실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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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G의 2021년 보고서에서 지적된 폭스콘 실태,2025.09.07 koinwon@newspim.com |
◆ 연락·접견도 제한적...한국 정부 긴급대응 나서
수용자와 외부 가족 간 연락은 절차가 복잡하다. 구금자와 접촉하려면 ICE에 생년월일, 출신국, 등록번호 등 상세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수감자는 외부 전화를 직접 받을 수 없다. 긴급 메시지를 남기려면 ICE를 통해야 하고, 변호인조차 사전에 서류 양식을 제출해야만 접견할 수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권익 단체 '아시안 아메리칸즈 어드밴싱 저스티스-애틀랜타'의 제임스 우 홍보국장은 AP 통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내 가족들이 구금자와 연락하는 방법조차 알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우 국장은 또한 억류자 중 상당수가 단순 비지니스 목적으로 미국에 왔기 때문에 많은 가족이 한국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현대차·LG 공장 단속으로 억류된 한국인 상당수가 폭스턴에 수용되면서 한국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영사보호·의료·통역 지원팀을 파견하고, 미국 측에 수용 환경 개선과 적법 절차 준수를 공식 요청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