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에서 북 민간선박에 발각…북 선원 등 사살 뒤 퇴각
"미,김정은 일거수일투족 파악하려 위험천만한 작전 벌여"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해군 특수부대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9년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청 작전을 위해 북한 해안에 침투했지만 북한의 민간 선박에 발각되는 바람에 작전에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사간) 오사마 빈라덴 사살로 잘 알려진 최정예 팀6(SEAL Team 6)의 레드 중대가 2019년 어느 겨울 밤에 핵 잠수함과 소형 잠수정을 번갈아 이용해 북한 해안가에 상륙한 뒤 김 위원장의 통신을 도청하기 위한 특수 전자장치를 북한 땅에 설치하려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수십 명의 전현직 행정부 관계자와 군 소식통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전 당시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진행중이던 시기여서 성공할 경우 미국은 전략적으로 귀중한 정보자산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발각될 경우 협상 좌초는 물론, 미군 인질 사태나 핵무장한 북한과의 충돌까지 예상되던 위험천만한 시도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수개월에 걸쳐 철저한 리허설을 마친 대원들이 검은 잠수복과 야간 투시경을 착용하고 한적한 북한의 한 어촌 해안에 도달했지만 북한 어선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내 어선 위에서 손전등 불빛이 바다를 훑기 시작하는 모습을 본 대원들은 자신들의 위치가 발각됐다고 판단해 곧바로 사격을 개시했고, 순식간에 북한 선원과 잠수부 등 전원이 사망했다.
이후 씰 대원들은 감청 장치를 설치하지 못한 채 대기중이던 잠수정으로 긴급히 되돌아 와야 했고 작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미국과 북한 어느 쪽에서도 공개적으로 당시 작전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법에 따라 해당 작전에 대해 보고할 의무가 있는 미 의회의 정보 담당 핵심 인사들에게도 작전에 대해 전혀 알리지 않아 위법 가능성이 제기됐다.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18.02.28. [사진=뉴스핌 로이터] |
NYT는 북한이 당시 작전에 대해 어느 정도나 파악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이 사건이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의 대북 정보전과 비핵화 시도 중 한 단면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작전 실패가 결국 미국의 대북 전략이 지닌 뚜렷한 맹점(Blind Spot)을 드러낸 사건이었다고 꼬집었다.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북한 내부에서 인적 정보망을 구축하거나 김 위원장의 통신을 도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이 이어지면서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위험천만한 작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