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美 투자 이유로 파업해도 막을 방법 없어"
내년 상반기 시행 예상...1년 내내 노사분규 혼란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한 가운데, 미국에 약속한 1500억 달러 수준의 한미 조선업 투자 협력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노란봉투법 개정안에 노조가 파업할 수 있는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으로 넓히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노조는 미국 투자나 공장 이전을 이유로 파업에 나설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줘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 "노조가 美 투자 이유로 파업해도 막을 방법 없어"
4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한 노란봉투법 개정안에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기업 노동자의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원청이 교섭 당사자가 되는 내용이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조선업계의 경우 하청 업체가 수백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데, 원청이 교섭 당사자가 될 경우 1년 내내 교섭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간 관세 협상에서 1500억 달러 규모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주목받은 조선 산업이 노란봉투법으로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조선업체 한 곳은 3000개, 다른 한 곳은 1500개가 넘는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며 "이들이 각자 원청에 노조 교섭을 요구하게 되면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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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7.31 yooksa@newspim.com |
조선업은 대형 선박을 만들 때 용접과 도장, 배관 등 수많은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원청 기업이 협력업체를 여럿 두고 일하는 구조다. 국내 대표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의 경우 1차 협력업체만 2000곳이 넘는다.
현재는 조선사 본사는 직접 고용 관계가 없는 협력업체나 부품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에 개입할 의무가 없으나,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본사가 협력업체 노조 파업에도 교섭 당사자로 나가야 한다.
인건비를 낮추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진출이 활발한 조선사들이 해외 투자 결정을 할 때마다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국내 투자와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파업을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 내년 상반기 시행 예상...1년 내내 노사분규 혼란 예상
노란봉투법은 6개월의 유예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행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사 관계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 지적이 나온다. 노조가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사실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어,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될 것이란 주장이다.
조선업계 뿐 아니라 자동차와 건설업계 등 하청업체가 많은 업계는 노란봉투법의 직접 피해가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부품업체 현대트랜시스 장기 파업으로 1조원에 달하는 생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산업현장은 강성노조의 폭력과 파괴, 사업장 점거, 출입 방해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기업의 투자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