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있지만 전기료 부담…선풍기로 버텨
지병 있는 1인 가구 노인에게 폭염은 '위험'
전문가 "공공 주택 확대·에너지 복지 현실화"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며 야외 노동자, 농어민, 주거취약계층 등 기후 취약계층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40도 넘는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며 기후 취약계층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염을 견디는 기후취약계층의 현실을 집중 조명하고, 대안책을 모색해 본다.
[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아들이 에어컨을 설치해 줬지만, 전기료가 많이 나올까봐 못 틀어요."
지난 25일 오후 3시경 방문한 대전역 인근 쪽방촌. 쪽방촌에 혼자 살고 있는 84세 임명숙(가명, 여) 씨가 이같이 말했다. 좁은 골목 사이에 있는 쪽방촌에 문을 열고 들어서니 덥고 습한 공기 느껴졌다. 임 씨 집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냉방비 부담으로 거의 틀지 못한다.
집안 온도가 높을 때면 집 앞 그늘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것이 임 씨의 일상이다. 임 씨는 "여름에는 선풍기를 틀거나 집 앞에 있는 그늘에 앉아 있는다"며 "바람이 불면 그나마 시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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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지난 25일 방문한 대전 쪽방촌 모습 2025.07.30 yuna7402@newspim.com |
몸이 좋지 않은 임 씨에게 폭염은 치명적이다. 임씨의 건강상태를 말해주듯 다리는 퉁퉁 부어있었다. 임 씨는 "뇌경색과 심근경색이 있고 방광도 좋지 않은데, 더우면 몸이 더 힘들다"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대전 쪽방촌 상담소 안에 있는 무더위 쉼터에는 더위를 피해 쪽방촌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권영준 쪽방 상담소 팀장은 "쪽방촌 주민들은 낮에는 더위를 피해 지하철역이나 지하상가로 갔다가 밤에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임 씨와 같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 대책 현황과 쟁점'에 따르면, 온열질환자 발생 특성을 연령별로 보면 80세 이상이 50%, 70대가 19%를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무직이 40.6%, 미상이 28.1%였다.
기후 취약계층에게 에너지 비용은 가장 큰 경제적 피해로 다가왔다.
환경연구원의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에 따르면, 폭염에 의한 피해 유형 중 냉방비 인상, 물가 인상 등 경제적 피해가 가장 컸다. 특히 임 씨와 같이 1인 가구, 관련 질환자, 노인 등은 복합 취약성이 높을수록 의료비용 피해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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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지난 25일 방문한 대전 쪽방촌 상담소 무더위 쉼터에 쪽방촌 주민들이 모여있다. 2025.07.30 yuna7402@newspim.com |
현장에선 쪽방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쪽방촌 상담소를 운영하는 원용철 목사는 "쪽방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원적으로 탈빈곤 정책이 필요하다"며 "공공 주거를 늘리거나 쪽방촌 재개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는 공공주택 확대와 에너지 지원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쪽방촌의 구조적 문제는 공공주택을 다양하고 폭넓게 공급해 해결해야 한다"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폭염, 혹한 등 에너지 관련 지원을 현실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무더위 쉼터 시간이 저녁에 닫는 경우가 많아 (저녁에도) 이용자가 있는지 조사해서 쉼터 시간을 늘려야 한다"며 "무더위 쉼터 밀집도가 높을 수 있어 추가적인 쉼터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yuna74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