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2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우선(Japanese First)'을 내세운 극우 성향의 참정당이 급부상했다.
참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총 14석(지역구 7석, 비례 7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민·안보·복지 등에서 강경한 주장을 편 참정당은 특히 젊은층과 일부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의 대안으로 지지세를 넓혔다.
이에 대해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국인에 대한 강경한 대응과 자국민 우선을 내세우는 반(反)글로벌화의 세계적 흐름이 일본에도 도달했음을 인상 깊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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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독일·프랑스 이어 일본에도 극우의 물결
유럽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배척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들이 잇따라 세를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랑스의 '국민연합(RN)', 오스트리아의 '자유당(FPÖ)' 등이 있다.
나치 독일의 과거로 인해 극우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남아 있는 독일에서도 AfD는 지난 2월 총선에서 제2당으로 부상했고,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RN도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내 득표율 1위를 차지했으며,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역시 같은 해 9월 총선에서 제1당의 지위에 올랐다.
유럽의 세 정당은 참정당과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모두 경기 침체로 사회 전반에 닫힌 분위기가 퍼지는 가운데, 기존 정당과 엘리트 관료 등 기성 체제가 일반 시민의 이익을 무시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며 지지를 넓혀갔다.
이들은 모두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지지하고, 국가 주권과 보수적 가치를 강조한다. 기존의 국제 협조 등 글로벌리즘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또한 이민자와 외국인 유입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을 파고드는 전략, SNS나 거리 연설 등을 통해 직접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방식도 매우 유사하다.
현실적인 온건 주장을 섞어 중도 우파층의 표를 흡수하려는 전략도 공통적이다. 열성 지지자들을 조직해 거리 연설 등 선거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능력도 닮았다.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 대표는 자신이 호감을 갖는 정당으로 AfD와 RN을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참정당이 유럽 극우 정당들의 성공 사례를 연구해 선거전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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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당 유세에 참석한 지지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일본 민주주의의 성숙도 가늠할 시험대
참정당의 약진은 단순히 신생 정치 세력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일본 사회 저변에 깔린 불안과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민자 수용이나 글로벌화에 대한 회의감,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신, 그리고 기존 정당으로는 시민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기존에는 주류로 보지 않았던 극우적 주장에 공명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유럽에 비해 극우 정치 세력이 표면에 드러나기 어려운 토양이라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참정당의 약진은 이제 그런 '예외론'이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의 극우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정치 불신과 사회적 분열을 기반으로 보수의 경계를 넘는 '급진적 민족주의'가 새로운 지지 기반을 얻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흐름은 민주주의의 건강성, 소수자 권리, 사회적 포용과 같은 가치들과 충돌할 우려도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극우 정당의 급성장은 종종 사회 분열을 심화시키고 정치의 불안정을 초래해 왔다. 참정당의 향후 행보는 일본 정치의 방향뿐 아니라, 일본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