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유럽 주요 기업들이 강력한 성적표를 쏟아내면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상이 (타결)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말해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주요국 증시 중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특히 1% 넘게 올랐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5.19포인트(0.96%) 뛴 547.03으로 장을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이어졌던 하락세를 끊어내고 반등에 성공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361.55포인트(1.51%) 상승한 2만4370.93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46.09포인트(0.52%) 오른 8972.64로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99.91포인트(1.29%) 전진한 7822.00으로,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366.18포인트(0.92%) 상승한 4만128.70에 장을 마쳤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108.80포인트(0.78%) 오른 1만3994.50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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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Real America's Voice)'와 인터뷰에서 무역 협상 관련 힌트를 달라는 말에 "협상 중이지만 인도와 매우 가까워졌다. EU와도 협상을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EU에 대해 "지난 몇 년간 미국에 매우 악랄하게 행동했다. 재정적 학대 면에서 중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주 친절해졌다"고도 했다.
IG 그룹의 수석 기술 분석가 악셀 루돌프는 "오늘 유럽 시장의 반등은 기업 실적에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EU 협상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캐피털닷컴의 수석 시장 분석가 다니엘라 하손은 "트럼프 1기 때도 그가 실제로 위협을 행동에 옮긴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시장은 여전히 앞으로 2주 내에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 전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엔지니어링 기업 ABB는 탄탄한 미국 수요와 인공지능(AI)을 지원하는 데이터 센터용 제품 인기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주문량을 기록했다는 발표와 함께 9.89% 급등했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주문이 2분기에 37% 급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89억 달러, 순이익은 11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87억2000만 달러, 11억2000만 달러)를 모두 뛰어넘었다.
전기설비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인 프랑스의 레그랑(Legrand)도 북미 데이터센터 부문에서의 강한 성장에 힘입어 연간 매출 목표를 기존 6~10%에서 10~12%로 상향 조정하면서 8.96% 올랐다. 경쟁사인 슈나이더 일렉트릭도 7.7% 뛰었다.
영국의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 오카도(Ocad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반기 실적보고서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13% 늘어난 6억7400만 파운드를 기록했다고 밝힌 뒤 18.5% 폭등했다. 팀 슈타이너 최고경영자(CEO)는 "2026회계연도에는 현금 흐름을 흑자로 전환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자동차업체 볼보는 2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지만 시장 예상치보다 양호했다는 발표와 함께 7.9% 올랐다.
저가항공사 이지젯은 프랑스 항공 교통 관제사의 파업과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분기 실적이 떨어졌다고 회사가 밝힌 후 5.21% 내렸다. 이 회사는 프랑스 관제사 파업으로 1500만 파운드, 연료비 상승으로 1000만 파운드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2억8600만 파운드를 올려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유럽 기업들의 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7%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