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녹음 속 대화..."부기장은 당황, 기장은 침착"
스위치 차단, 시스템 고장인지 인적 오류인지에 조사 초점 맞춰져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지난달 26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에어인디아 추락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사의 초점이 기장에게로 모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추락 여객기 내 조종사들 간 대화를 담은 조종실 음성 녹음(CVR)에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륙한 직후 부기장이 기장에게 왜 항공기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스위치를 '작동'에서 '차단'으로 변경했냐고 묻는 상황이 담겼다.
WSJ는 "부기장은 놀라며 당황했지만 기장은 침착한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보였다"며 "이륙 당시 항공기를 조종 중이던 부기장은 양손이 바빴을 것이고, 감시 역할을 하던 기장은 손이 자유로워 스위치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 항공사고조사국(AIBI)이 지난 12일 공개한 예비 조사 보고서에도 한 조종사가 다른 조종사에게 스위치를 왜 바꿨느냐 묻고, 다른 조종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부인한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이 보고서는 스위치를 조작한 사람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며 스위치 조작의 고의성 여부도 명시하지 않았다. 또한, 사고 원인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디자인 결함과 기계 고장·정비 문제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스위치가 어떻게 그리고 왜 꺼졌는지, 즉 엔진으로 가는 연료 흐름이 왜 차단됐는지가 수사 당국의 핵심 조사 대상"이라며 항공기 시스템 고장인지 아니면 인적 오류인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장이 우울증과 정신건강 등 문제로 3~4년간 비행을 중단하고 병가를 낸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락 사고 과정 중 조종사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항공 심리학자 및 의료 전문가도 사고 조사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캠벨 윌슨 에어인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기장 등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보도들이 나오자 조종사들이 사전에 음주 측정을 통과했고 건강 상태에 대한 별도의 의학적 소견은 없었다며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누구도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12일 인도 서부 아메다바드 공항발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행 에어인디아 여객기 AI171편이 이륙 직후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항공기 탑승자 242명 중 241명이 사망했고, 사고기가 떨어진 지상에서도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는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세계 최악의 항공기 참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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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현지시간)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추락한 에어인디아 보잉 787 드림라이너 항공기의 뒤쪽 모습이 보인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12 mj722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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