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동아시안컵은 새 얼굴 발견도 있지만 홍명보 감독의 전술 실험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스리백 전술이 좋은 모습을 보이며 측면 수비 가뭄의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7시 24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대회 최종전인 한일전을 치른다. 한국과 일본 모두 2연승을 기록, 이날 경기서 승리한 팀이 숙명의 라이벌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게 된다. 한국은 대회 6번째 트로피를 노린다.
![]() |
[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이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한데 어울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2025.07.15 thswlgh50@newspim.com |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내년에 있을 북중미 월드컵 여정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아, 기존 대표팀 주축인 유럽파들은 차출되지 않은 상황에 K리그와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선수들로만 구성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실험과 점검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실험 못지않게 전술 실험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일 열린 중국과의 대회 첫 경기에서 스리백 전술을 들고나왔다. 대회 2차전인 홍콩과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선수 면면만 바꾼 채 똑같은 스리백 전술을 내세웠다.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간헐적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포백 전술을 플랜A로 사용했었기에 월드컵을 1년 앞두고 다소 파격적이다.
홍명보호의 스리백은 수비 시 5명의 수비를 둔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개념은 같으나 공격 시 측면 수비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두드러졌다. 지난 중국전에선 윙백으로 나선 이태석과 김문환을 적극적으로 전방으로 끌어올렸고 두 선수가 득점의 기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대승의 밑거름이 됐다. 이들은 측면 공격수처럼 전진, 순간적으로 공격에 숫자를 더하는 역할을 했다.
![]() |
[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중국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은 김주성(오른쪽)이 문선민과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2025.07.15 thswlgh50@newspim.com |
홍명보식 스리백에서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공격수를 윙백에 기용한다는 점이다. 후방 안정감 챙기면서 동시에 공격수들의 개인 능력을 활용해 중원 장악에 나섰다. 중국전에서 모재현(강원)을 윙백으로 실험한 데 이어, 홍콩전에서는 문선민(전북)도 윙백으로 활용했다. 월드컵 지역 예선에선 황희찬이 윙백으로 나선 바 있다.
문선민은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이 장점인 측면 공격수다. 지난 1차전 중국전에서도 공격수로 뛰었다. 하지만 이날 문선민은 조현택을 대신해 투입, 스리백 전술의 윙백을 맡았다. 낯선 자리였지만 문선민은 1도움을 포함해 네 차례 인상적 돌파 등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선민은 경기 후 "현대 축구는 포지션에 상관없이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할 줄 알아야 한다. 윙백 출전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한 수 위의 상대와 맞붙어야 하는 월드컵 본선에서 스리백은 항상 준비하는 카드 중 하나다. 수비 안정감이 장점인 풀백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 측면 공격수를 윙백으로 기용할 수 있는 스리백 전술이 풍부한 2선 공격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수비 안정감도 챙기지만 공격력도 극대화되어 한 수 아래 팀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축구도 펼칠 수 있다.
![]() |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동아시안컵 홍콩전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KFA] |
홍명보 감독은 스리백 전술이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중국전을 마친 뒤 홍명보 감독은 "전통적인 수비수 3명이 스리백 역할을 했는데, 공격 루트를 만들어간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며 "지금 말씀드리기 성급한 감은 있지만, 내년 여름 열릴 월드컵 본선에서 플랜 A가 될 수도 있다. 계속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콩전을 마친 뒤에는 "해외파에 관계 없이 내년 월드컵에서 얼마나 좋고 강한 전술을 가지고 나가는가가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 3경기는 처음부터 3백 형태로 운영하려고 생각했다"며 "공격적인 전술은 같은 형태로 계속 쓰고 있다. 해외파 선수들이 합류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거 같다"고 월드컵까지 바라본다고 강조했다.
스리백에서 파생되는 윙백 자리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이면, 월드컵 본선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관중 동원 실패, 주전 차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동아시안컵의 계륵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홍명보 감독에게는 선수 선발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술 실험의 기회가 되고 있다.
thswlgh5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