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R 기무라 서브미션으로 페냐 제압... 누녜스에 공개 도전
올림픽 유도 金메달리스트로 데뷔 3경기 만에 챔프 등극
'좀비 주니어' 유주상, 데뷔전서 28초 만에 실신 KO 승리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무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이란 수식어는 이제 더는 과장이 아니다. 케일라 해리슨(34·미국)이 2개의 올림픽 금메달과 2차례 PFL 챔피언 벨트에 이어 마침내 UFC 챔피언에 등극했다.
해리슨은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푸르덴셜 센터에서 열린 UFC 302 메인 카드에서 여성 밴텀급 챔피언 줄리아나 페냐(35·미국)를 2라운드 기무라 서브미션으로 제압했다. 유도 전설 기무라 마사히코의 이름을 딴 이 기술은 상대의 팔을 등 뒤로 꺾어 어깨 관절을 조이는 고난도 기술이다. 해리슨은 이 기술을 정확히 완성하며 페냐의 항복을 받아내고 밴텀급 새 여왕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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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어크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해리슨이 8일 UFC 302 메인 카드에서 여성 밴텀급 챔피언에 오른 뒤 환호하고 있다. 2025.6.8 psoq1337@newspim.com |
2012 런던에 이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도 여자 78㎏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2018년 종합격투기(MMA) 전향 후 프로페셔널 파이터스리그(PFL)에서 두 차례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르며 MMA 통산 전적 19승 1패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넘사벽'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유도 DNA'를 MMA에 이식한 셈이다.
지난해 UFC에 입성한 해리슨은 UFC 데뷔전에서 홀리 홈즈를, 두 번째 경기에서 케틀렝 비에이라를 각각 물리친 해리슨은 이번 페냐전 승리로 여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선 사상 처음으로 UFC 챔피언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챔피언이 된 해리슨은 옥타곤 인터뷰에서 뜻밖의 이름을 꺼냈다. 이미 은퇴한 UFC 명예의 전당 헌액자, 아만다 누녜스(37·브라질)였다. "아만다, 보고 있으면 이리 올라와"라는 도발에 누녜스는 직접 링에 올라 눈싸움으로 응수했다. 페더급·밴텀급 동시 석권 뒤 2023년 은퇴한 레전드와의 일전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경기장 분위기는 영화관이었다. 전설의 복서 마이크 타이슨,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옥타곤 바로 앞자리에 앉아 해리슨의 승리를 지켜봤다. 경기 종료 후 트럼프는 링에 올라 해리슨을 껴안고 볼에 키스했다. 해리슨은 트럼프의 어깨에 자신의 챔피언 벨트를 걸어주며 감격했다. 그는 "대통령이 내 볼에 키스하고, 옆에 타이슨까지 있었다. 마치 영화 한 장면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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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어크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해리슨이 8일 UFC 302 메인 카드에서 여성 밴텀급 챔피언에 오른 뒤 트럼프 대통령 품에 안겨 감격해 하고 있다. 2025.6.8 psoq1337@newspim.com |
해리슨의 삶은 영화보다 더 치열했다. 어린 시절 유도 코치에게 지속적인 학대와 성적 착취를 당했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던 그는 이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현재는 부모를 잃은 조카 셋을 입양해 기르는 '싱글맘 파이터'로 살아가고 있다. 경기 날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깨어 있다면 혼낼 거라던 그는 '올림픽 금메달과 UFC 챔피언 중 무엇이 더 어렵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이 중 누구를 더 사랑하냐고 묻는 것과 같아요." 이어 "어떤 아이도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하고 싶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터널 끝에는 금메달과 챔피언 벨트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한국팬에게 반가운 뉴스가 터졌다. '좀비 주니어' 유주상(31)이 UFC 데뷔전에서 단 28초 만에 카운터 펀치 KO승을 거둔 것. 상대 제카 사라기(인도네시아)의 돌진을 가볍게 흘린 뒤 왼손 훅 한 방으로 쓰러뜨렸다. 코너 맥그리거를 떠올리게하는 주먹이었다. 별다른 준비동작 없이 내민 펀치에 사라기는 그대로 실신하며 얼굴을 바닥에 찧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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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어크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유주상이 8일 UFC 데뷔전에서 통쾌한 펀치 KO승을 거둔 뒤 케이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2025.6.8 psoq1337@newspim.com |
유주상은 경기 후 "자연스럽게 나온 펀치"라며 "UFC 챔피언이 돼서 벨트를 정찬성 대표에게 바치겠다"고 말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자신이 만든 대회 'ZFN'에서 유주상을 발굴했고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에게 추천해 UFC 진출로 이어졌다. 유주상은 경기력을 인정받아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 5만달러(약 6800만원)도 챙겼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