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효성중공업 하도급법 위반 자진 시정
하도급법 동의의결제 도입 후 첫 개시 사례
동의의결제 총 28건 신청…대기업 중심 확대
공정위 "빠른 피해 복귀·시장 질서 확립 가능"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하도급업체에 기술 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한 혐의를 받는 효성·효성중공업이 자진 시정에 나섰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효성중공업이 제기한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첫 '하도급법' 동의의결 개시…효성, 상생자금 30억 투입
이번 결정은 지난 2022년 7월 하도급법에 동의의결 제도 도입 후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된 첫 사례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특정 시정 방안을 제시하고, 받아들여지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사업자가 법 위반에 대해 인정하는 격이지만, 과징금 등 위법 행위는 확정되지 않는다.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 결정→잠정 동의의결안 마련→이해관계인 등 의견 수렴→최종 동의의결안 심의·의결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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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마포 본사. [사진=효성] |
효성은 수급사업자에게 중전기기(전력 발전 설비 및 동력기기 제조 사업분야 총칭) 제품의 제조를 위탁하며, 수급사업자의 기술 자료를 요구·사용하는 과정에서 하도급법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은 관련 행위에 대한 공정위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받은 후 2025년 3월 자발적으로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효성의 자진시정 방안은 ▲기술자료요구 및 비밀유지계약관리 시스템 구축·운용 ▲업무가이드라인 신설 및 정기교육 등 하도급거래 질서 개선방안 ▲품질향상 및 작업환경 개선 설비지원 등의 수급사업자 지원방안이 골자다.
아울러 핵심부품 협력업체와 상생하기 위해 3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협력업체의 연구개발(R&D), 산학협력 및 국내외 인증 획득을 지원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사건의 성격, 하도급거래질서 확립 및 수급사업자 보호 효과, 시정방안의 이행 비용과 예상되는 제재 수준 간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 대기업 중심 동의의결 확대…올해 구글·브로드컴도 개시
최근 대기업 중심으로 동의의결제 개시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동의의결제는 2011년 도입 후 작년 말 기준 총 28건이 신청됐다. 올해 구글코리아와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이 개시됐다. 쿠팡, 배달의민족도 동의의결을 신청한 상태다.
지난 5월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관련 동의의결이 개시 결정되기도 했다. 공정위가 사건을 조사한 지 약 2년만이다. 구글은 광고 없는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단독 제품을 출시하고, 300억원 상당의 상생기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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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브로드컴도 지난 4월 동의의결안을 마련했다.
브로드컴은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 등에 브로드컴의 시스템온칩(SoC)만을 탑재하도록 요구하지 않고, 제조사가 브로드컴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려 한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행위를 중단하고, 국내 팹리스 및 시스템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130억원 상당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동의의결을 통해 얻어지는 실익이 많다는 입장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내린 시정명령 이행이 늦어질 경우 시장 내 지위가 공고화될 수 있는데, 자진시정을 통해 빠른 피해 복귀와 시장 질서 확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부과하더라도 소송 절차 등으로 인해 시정명령이 지연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가 공고화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부과해도 실익이 없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에서 동의의결 제도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