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이송·병상 부족에 경기 북부는 '사각지대'...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
고준호 의원 "출산을 말하려면, 먼저 낳을 곳부터 있어야"
[수원=뉴스핌] 박승봉 기자 = "산모들이 응급 상황에서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습니다. 결국 아이를 낳기 위해 경기도를 떠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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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사진=일산병원] |
경기도의 출산율이 2년 만에 반등하며 희망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지만, 정작 분만 인프라는 무너진 상태다.
29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해보면, 고령 출산 증가와 고위험 산모 급증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도 이를 수용할 병원과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하루 25건 고위험 분만...병상은 '한 자릿수'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경기 북부에서 유일하게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이 병원에는 고위험 산모를 위한 전담 병상이 5개에 불과하다. 분만을 준비하는 임산부 입장에서는 병실이 '먼저 오는 순서'일 뿐, 응급상황이라 해도 순번을 양보받기 어려운 구조다.
경기도 내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율은 2008년 14.3%에서 2022년 35.7%로 급증했다. 여기에 난임 시술 확대 등으로 인해 고위험 분만 건수도 증가해, 2023년 도내에서만 총 9223건의 고위험 분만이 이뤄졌다. 하루 평균 25건이 넘는 수치다.
하지만 경기도 전체에서 고위험 산모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기관은 단 4곳뿐이며, 북부권에는 일산병원 한 곳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위험 산모와 그 가족들은 분만을 위해 서울, 인천 등 타 지역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정치권과 보건의료단체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위험 산모를 위한 권역별 전담센터 확대, 산과 전문의 인력 유치, 출산 관련 시설의 지역 균형 배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출산율 반등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출산 장려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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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고준호 의원(국민의힘, 파주1)은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인구동향'을 언급하며 "올 1분기 경기도 출생아 수가 약 1만9484명으로 지난해보다 8.8% 증가하고, 합계출산율도 0.87명으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분명 반가운 변화"라고 밝혔다. [사진=경기도의회] |
◆ 고준호 의원 "출산을 말하려면, 먼저 낳을 곳부터 있어야"
경기도의회 고준호 의원(국민의힘, 파주1)은 최근 이와 같은 현실을 두고 "분만 인프라가 무너지면 아이 울음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고 의원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경기도의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약 1만9,484명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고, 합계출산율도 0.87명으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긍정적인 변화지만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은 여전히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주 4.5일제' 발언을 겨냥해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제도 개선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산모가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 곳곳에 분만실조차 없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 해법'을 말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생색내기가 아닌 실질적 인프라 확충입니다."
◆ 등잔 밑은 어둡다..."지금이 골든타임"
고 의원은 또 "최근 4년간 20~30대의 첫 출산은 줄고, 40대 출산만 24% 가까이 늘었다"며 "고위험 산모는 갈수록 많아지는데, 이를 치료할 병원과 의료진은 줄고 있는 것이 경기도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그는 "출산율이 반등한 지금이야말로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할 골든타임"이라며, "도의회 차원에서 고위험 산모 치료체계와 분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재정과 정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가 진정한 '출산 친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선 통계의 반등을 넘어선 현실적 변화가 필요하다.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사회'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그 울음소리가 들릴 병실부터 지켜야 한다.
1141wor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