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5대 대선 이후 투표율 80% 못 넘어
이재명 측 "李, 55% 이상 득표"…김문수 측 "누가 이겨도 큰 차이 없을 것"
전문가 "투표율 높게 나오면 보수 정당에서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투표율이 주목받고 있다.
15대 대선 이후 28년째 넘지 못한 '투표율 80%' 벽을 이번에는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선 주자들도 투표율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며 막판 표심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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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구선관위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제21대 대통령선거 거소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있다. 거소투표는 함정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는 군인 등 투표소와 멀리 떨어져 직접 투표가 곤란한 유권자 392명을 위한 투표 방법이다. 2025.05.21 mironj19@newspim.com |
◆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최고 투표율 89.2%…최저는 63%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치러진 8차례 대선 가운데 최고 투표율은 13대 대선(89.2%)에서 기록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36.6%를 득표하며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28.0%),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27.1%)를 누르고 당선됐다.
13대 대선은 국민 손에 대통령 선출권이 돌아온 후 첫 선거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단일화 실패로 '1노 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며 투표 참여율도 매우 높았다. 이후 14·15대 대선에서도 각각 81.9%, 80.5%의 높은 투표율이 나왔다.
역대 최저 투표율은 '이명박 대세론' 속에 치러졌던 2007년 17대 대선으로 63.0%에 그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대 대선에서 48.67%를 얻으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26.14%)를 22.53%p 차로 크게 이겼다.
이 전 대통령이 선거 초반부터 대세론을 형성하며 승부가 조기에 기울었고, BBK 주가조작 의혹 등 네거티브 이슈가 선거전을 뒤덮으며 유권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린 것이 투표율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 李 '압도적 승리' vs 金 '접전 속 막판 뒤집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표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12·3 계엄에 눈감고 침묵하는 불의와 다를 바 없다"며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도 같은 날 "투표율은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표율의 향방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며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자신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접전 속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분위기다.
박지원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SBS 라디오에서 "계엄 후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55%, 정권 유지가 35%"라며 "이재명 후보는 55% 이상 득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최근에는 61% (이재명 후보) 당선 가능성을 나타내는 여론조사도 나왔다"며 "(이재명 후보) 60% 대 (김문수 후보) 30% 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10%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그냥 이기기만 하면 된다"며 "아직 투표도 안 했는데 55%로 이길 것 같다고 하는 자체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유권자 마음에 달린 걸 국민보고 맞추라는 건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페달을 돌리다가 어느 순간 페달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김 후보 목이 떨어진 걸 당원들이 붙여줬는데 이번에도 국민이 나서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누가 이겨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전문가 "유불리 예측 어려워…판 자체는 보수가 우위"
정치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낮으면 보수에게 유리하다는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반(反)이재명 정서가 존재하는 만큼 높은 투표율이 보수 정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정당이 인기 없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를 찍기 싫은 사람들은 투표를 안 할 것"이라면서 "투표율이 높게 나오면 오히려 보수 정당에서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옛날에 투표율을 가지고 후보 유불리를 따졌던 건 일반적으로 투표율은 60대 이상에서 높고 20대가 낮은데, 정치 성향을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진보였다"며 "그런데 요즘은 지형이 달라졌다"고 짚었다.
그는 "지금은 오히려 40·50대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높고 20·30대는 반반"이라며 "투표율을 가지고 예측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갤럽에서 월마다 주관적 이념 성향 조사를 하는데 보수가 우위 구도"라며 "판 자체는 보수가 우위인 판"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샤이보수와 스윙보수가 얼마나 투표장에 가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투표율이 높으면 김문수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격차가 많이 벌어지면 7~8%, 일반적으로는 5% 미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3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95.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전화 걸기) 활용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통해 진행됐으며 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p, 응답률 7.0%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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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5.05.12 yym58@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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