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은 왠지 모르게 더 춥고 힘들게만 느껴졌다. 온 세상이 모두 꽁꽁 얼어붙어 다시는 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봄은 왔고 꽃은 피었고 세상은 다시 파랗게 변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이겨내고 있다.
올 3월 지인의 추천으로 원주시 보호관찰소 특별위원으로 위촉받아 활동하게 되었다. 봉사분과로 편입되었고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분들이 잘 이행하는지 감독하는 일을 한다. 평소 사회활동을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걱정도 많이 되었고 사람이 살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나도 그분들처럼 사회봉사 명령을 받아 반대 입장에서 있을 수 있으니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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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봉사에 참여한 법무부 원주보호관찰위원협의회 특별보호관찰 김수래 위원.[사진=김수래 위원] 2025.05.09 onemoregive@newspim.com |
4월이 시작되고 첫 감독을 나가게 되었다. 2명의 봉사자가 계시는 사회복지시설로 갔는데 한분은 재능봉사로 독거노인들을 상대로 머리를 깎아주고 계셨고 한분은 배식봉사를 하고 계셨다. 사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오신 분들이라 그냥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겠지 얼마나 잘하겠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 여러번 감독을 가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 정말 문제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용 봉사자는 어르신 한 분 한 분 스타일에 맞춰 정성스럽게 머리를 자르며 밝은 미소로 응대하면서 봉사를 하셨고, 배식봉사자는 음식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고 식판에 반찬을 담을 때 묻은 작은 티 하나도 조용히 닦아내고 계셨다.
그 모습들은 처음 생각했던 대충 시간이나 떄우다가 가겠지가 아니라 정성을 다해 본인들이 했던 문제들을 봉사로서 치유하고 해결하려는 것이였다. 사람이라면 편견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편견은 자기인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주로 편견이 심하다. 자신의 잘못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주로 외부에서 탓한다. 난 그런 사람이었다. 이분들은 나와 똑같은 사람이고 어떤 문제로 봉사하게 되었는지조차도 모르면서 먼저 편견을 가지고 감독관이란 지위에서 바라봤던 것이다. 정말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4월 마지막 주부터 배식 봉사를 가기 시작했다. 감독관으로 갔던 사회복지 시설에서 그분들과 함께 열심히 봉사를 하고있다. 그분들이 했던 상냥한 미소의 얼굴로 정성스럽게 하지는 못했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이 생기면서 기분이 좋았다.
감독을 했던 그분들에게 난 큰 깨달음과 배움 그리고 봉사자가 되는 변화를 얻게 되었다. 아직 세상은 따뜻하고 살만하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이겨내고 반성하고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문형배 헌법재판관 때문에 잘 알려진 김장하 선생님은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는 말씀이 사회에 울림을 주고 있다. 그분들이나 나도 그렇게 평범한 사회의 사람들인 것이다.
법무부 원주보호관찰위원협의회 특별보호관찰 김수래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