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꽁보리 식당, 군산 최우수 기관에 선정
꽁보리밥 5500원·정식 만원…맛집 소문나
어르신 8명 운영…"매일 재료 소진에 마감"
아이부터 청년세대 방문…상가 활성화 영향
노인일자리 참여자 "잘 먹었단 말 보람 느껴"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청년몰이 무너진 공간, 청년 세대가 빠져나간 곳에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군산꽁보리' 식당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뉴스핌>은 지난달 30일 전북특별자치도 군산 공설시장에 위치한 군산꽁보리 식당을 방문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전국 1위, 군산 최초 최우수 기관 S 등급 선정'이라고 쓰인 파란 현수막이 먼저 보였다. 이 식당은 군산 지역특산물인 꽁보리를 사용한 비빔밥이 주된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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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전북특별자치도 군산 공설시장에 위치한 군산꽁보리 식당 2025.05.07 sdk1991@newspim.com |
이곳은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어르신 8명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운영한다. 꽁보리비빔밥, 된장국, 밑반찬 구성이 5500원이다. 돼지고기 수육과 겉절이까지 포함된 보리비빔밥 정식은 1만원에 불과하다.
손 큰 어르신들 덕에 성인 남성 1명이 못 먹을 정도로 밥과 재료량이 푸짐하다. 먹을수록 고소한 흑임자 새알은 군산꽁보리 식당의 별미다.
군산꽁보리 식당은 군산에서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9살 된 남자아이가 너무 맛있다고 소문나 궁금해 왔다며 혼자 찾아온 적이 있을 정도다. 군산꽁보리 식당은 하루에 100그릇만 판다. 백인태 군산시니어클럽 팀장은 "어르신들의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소문을 증명하듯 한창 점심시간인 오후 1시지만 이미 가게는 재료 소진으로 영업을 마감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인데, 어르신들은 이미 뒷정리에 한창이었다.
군산꽁보리 식당의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김민주(65·여) 씨는 "보통 오후 12시 40분 전에 재료 소진으로 끝난다"며 "남으면 큰일인데 '재료 소진이에요'라고 하면 너무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김 씨는 노일일자리에 참여한 지 3년 됐다. 인천에 살다 신랑이 고향에 내려가 살고 싶다고 해 따라 내려왔다. 신랑은 친구들 만나 좋지만, 연고도 없는 곳에서 외로웠다. 지인이 노일일자리를 알려주면서 군산꽁보리 식당 창업 멤버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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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김민주 씨가 4월 30일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5.07 sdk1991@newspim.com |
김 씨는 "젊었을 때 식당도 운영한 적 없다"며 "원래 음식하는 것을 좋아해 적성에도 맞겠다 싶어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가족들을 먹인다는 마음으로 한다"며 "어떤 식당가면 육수에 다시다만 넣어 나가는데 저희는 재료로 육수를 낸다"고 설명했다.
강숙자 군산공설시장 상인회장은 "군산꽁보리 식당은 처음부터 잘 됐다"며 "이유는 놋그릇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놋그릇에 음식을 주니 손님 입장에서 대접받는 기분"이라며 "그런 하나하나에 호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가정주부인 어르신들의 손맛도 한몫했다. 강 회장은 "살림하는 주부들이라 솜씨가 원래 있던 사람들의 덕을 봤다"고 웃어 보였다. 다른 교육 없이 담당자가 알려주는 레시피대로하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구성원 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이 식당의 강점이다. 비슷한 연령대가 모여 일하다 보니 공감대도 생겨 처음 들어온 사람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손발이 척척 맞아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다 보니 음식의 맛도 올라간다.
군산꽁보리 식당이 있는 자리는 원래 청년세대가 운영하던 식당이 있는 자리다. 코로나19로 청년세대가 빠져나가면서 군산꽁보리 식당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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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군산꽁보리밥 정식 2025.05.07 sdk1991@newspim.com |
조홍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홍보기획부장은 "군산꽁보리 식당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도 "처음에는 꽁보리 비빔밥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걱정했지만, 청년들도 많이 오고 밥 먹으러 왔다가 2층에 옷 가게도 많이 간다"고 했다.
일하는 어르신들의 만족감도 컸다. 김 씨는 손님들에게 '잘 먹었어요' , '또 올게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힘들까 봐 걱정하지만, 사람들을 만나 외롭지 않고 용돈도 생겨 일석이조다. 일도 빨리 끝나 여가생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김 씨는 "가족들은 먹고살 만한데 왜 나가냐며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너무 좋다"며 "여기서 받아준다면 계속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