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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한 분청사기 닮은 김근태의 '무언의 화폭',글로벌 미술계가 빠져든다

기사입력 : 2025년03월22일 23:18

최종수정 : 2025년03월24일 07:24

김근태,리안갤러리 서울서 4월말까지 개인전
돌가루에 물감 섞어 캔버스에 무심히 '덤벙'
일본 도쿄화랑 등 해외 미술계도 주목

30년간 작업 내면적 근원 보여줘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조선시대 어느 이름없는 도공이 빚은 분청사기처럼 무덤덤하고 무심하다. 고요하니 말이 없다.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근태(72)의 그림이다.

[서울=뉴스핌]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 김근태 개인전에 출품된 회화 'Discussion(담론)'  캔버스에 오일.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13 art29@newspim.com

고희를 넘긴 김근태 작가가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작품전의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2년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린 개인전과 2023년 일본 도쿄의 도쿄화랑에서 가진 개인전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기존의 흙색 화폭이 아닌, 새로운 흑백 화폭과 무심한 듯한 스트로크에 의한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출품작은 '담론(Discussion)'이라는 타이틀의 근작과 신작 회화, 그리고 설치작품 등 총 30여 점이다.

김근태의 작업은 '수행의 길'과 맞닿아 있다. 세상은 '과잉'으로 넘쳐나지만 그는 그 어떤 의도도, 계산도 없이 돌가루를 개고 접착제와 물감에 혼합해 캔버스에 묵묵히 올린다. 밑작업을 스무차례 넘게 끝없이 반복하다가 큰 붓으로 이를 쓱 지우듯 훑어내린다. 분청사기 도공들이 도자기에 유약을 '덤벙'하고 묻혔다가 다시 주르르 흘러내리게 하듯, 작가는 화면에 어떤 형상이나 흔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무위'의 화폭을 만든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건드리는 '김근태식 추상의 세계'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작가는 말한다.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그 배후 이성적으로 '알 수 없음의 밑바닥'에 있는 것을 백자는 표현한다. 모습과 색은 종일 날았어도 날랐다는 흔적이 없는 새와 같다고 할까".

[서울=뉴스핌]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 자신의 개인전에서 신작및 설치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김근태.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13 art29@newspim.com

결국 그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도달할 수 없는 '근원'이다. 비우고 또 비우고, 지우고 지움으로써 그의 화폭에는 아주 미세한 떨림만이 남는다. '적요' 그 자체다. 그런데 그 텅 빈 듯한 화폭이 오히려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한 것은 왜일까? '텅빈 충만'이란 역설에 감상자들은 그의 그림에서 발을 떼질 못한다.

해외의 미술전문가들이 김근태의 추상에 매료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 현대미술에 밝은 일본 도쿄화랑의 다바타 유키히토 대표는 "김근태의 그림이야말로 한국의 오랜 뿌리에 가장 잘, 그리고 깊게 맞닿아 있다"고 평했다.     

김근태는 직접 만든 '돌가루 물감'으로 조선 백자의 매끈한 표면을 백색·황토색의 추상으로 표현한 '숨' 연작과 유화물감을 캔버스에 여러 겹 올린 후 거친 붓질로 재료의 질감을 도드라지게 한 '결' 연작을 선보여왔다. 이번에 내놓은 신작 '담론(Discussion)'은 '숨결' 연작의 연장선이지만 작가의 1990년대 작업과 맥을 같이 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서울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김근태 개인전' 전경. [사진-=리안갤러리] 2025.03.22 art29@newspim.com

중앙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0년대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근태는 한동안 서구 모더니즘을 천착했다. 그러다 1993년 첫 유럽 기행에서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고 '이건 죽어도 내 것이 될 수 없겠다'는 충격에 빠졌다. 서구 모더니즘은 더이상 내 옷이 아님을 느꼈던 것이다.

이후 "나는 무엇이어야 하나. 내 사유를 어떻게 물질화할 것이냐"는 질문을 거듭했고, 경주 남산의 석불과 전통사찰의 탑과 불상, 나한상을 돌아봤다. 조선시대의 백자와 분청사기와도 다시 조우했다. 그리곤 돌가루와 '물덤벙'에 눈을 떴다. 그는 석분에 물감과 접착제를 섞어 캔버스에 부은 후 질료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고 때로는 붓을 들고 긋는 고유한 작법을 창안했다.

작가는 "분청사기 도공들에게 삼배를 올리고 싶다. 그 분들에게 더없는 친근감을 느낀다. 조선의 분청사기들을 보면 그걸 빚었던 분들은 마음 속에 품은 것도 없고, 원한도 없고, 아쉬움도 없었을 것같다. 내겐 그런 그들이 은사이자 스승님이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자신의 개인전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김근태. 전시는 오는 4월 30일까지 열린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22 art29@newspim.com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김근태의 회화는 사유의 세계이다. 그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은 마음의 본질이라는 화두와 만날 수 있다.(중략) 김근태 작업의 주요 주제 중의 하나가 '적정(迹淨, Purity of Trace)', 흔적의 순수성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의 그림은 그림 그리는 마음과 행위의 순수성이 드러내는 자취가 고스란히 남겨지는 장이다"라고 평했다.

김근태의 붓질은 무아의 상태에서 나온다. 행위의 연속된 시간 속에서 단호한 한 순간에 마지막 붓을 긋는다.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껍데기를 깨고 나의 근본과 조우하는 순간이다. "생각과 욕심이 들어가는 순간, 붓도 욕망에 취한다"는 그는 "요즘 내 그림이 너무 날씬해지는 것은 아닌가? 괜히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 아닌가?"고 되묻곤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모든 게 소멸한다. 그리곤 지구 안에서 순환한다. 그저 이 시간, 이 때에 이 게 있을 뿐이다. 나의 작업은 어찌 보면 지워가는 과정이다. 오직 행위로서의 작업에 치중하려고 한다. 원래 갖고 있던 청정한 세계, 참 나, 그 본연의 것을 만나는 여정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너무 세련되게 될까봐 늘 경계한다. 많은 작가들이 드러내려고 하는 '조형성'을 김근태는 오히려 무의미하다고 여긴다. 공자께서 '언변 좋고 매끈한 사람 보다, 진실한 사람이 되라'고 했듯 그는 '내 작업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사유하며 끝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무료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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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m '고도제한' 양천구 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고도제한 기준 개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갑작스러운 고도제한으로 재건축에 큰 제약을 받게 된 서울 양천구 목동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그동안 대부분의 면적이 제한을 받던 강서구 주민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 서울시와 정부 모두 곤란한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공항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안 내용.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이제 재건축 막 올랐는데"… 90m 고도제한에 목동 주민들 뿔났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4일 ICAO 국제기준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이에 따른 수혜 및 피해지역 간 온도차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ICAO는 국제 민간항공 항공기술·운송·시설 등을 관할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올 4월 ICAO는 2030년 11월 시행을 목표로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안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장애물 표면을 향후에는 침투금지표면과 평가표면으로 이원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항 주변 지역은 '공항시설법'에 따른 장애물 제한 표면지역으로 설정돼 건축물을 높게 지을 수 없었다. '제한표면'(OLS) 규정에 따라 안전 운항을 위해 항공기 성능이나 비행 절차를 고려하지 않고 건축물 높이를 획일적으로 규제해서다. 활주로 반경 4㎞ 이내 건물은 45m를 초과하지 못해 13층 이상의 아파트를 짓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노후 주거지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앞으로는 이를 '금지표면'(OFS)과 '평가표면'(OES)으로 이원화한다. 금지표면은 항공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절대적 금지구역이다. 평가표면은 건물 높이를 규제한 금지 표면을 축소하고, 항공학적 검토를 거쳐 건축물 높이를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곳이다. 공항별 여건에 따라 평가표면을 축소하거나 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정안상 평가표면은 현행 기준보다 확대된다. 국내에 적용되면 김포공항 반경 약 11∼13㎞ 내가 평가표면으로 분류돼 45·60·90m 등으로 고도를 제한할 수 있다. 이 경우 원래는 고도제한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던 양천구는 영등포, 마포, 부천 등이 평가표면에 포함된다. 고도제한 요건 수정으로 가장 마음이 급해진 건 목동신시가지 소유주들이다. 현재 1~14단지 모두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는 최고 49층, 7단지는 최고 60층을 목표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최고 층수가 49층이면 높이로는 약 180m이므로 90m 고도제한이 설정되면 설정 범위내 모든 건축물은 30층 이하로만 지어야 한다.   목동 14개 단지 재건축 조합 등으로 구성된 '목동 재건축 연합회'(목재련)은 이달 28일 ICAO 개정안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상용 목재련 회장은 "항공기술 발전에 따라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개정안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을 짓밟는 퇴행적 조치"라며 "이는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기회와 재산권을 사실상 봉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목동 재건축 사업의 동력이 상실되고 수도권 전체 도시 재생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토부에 김포공항 이전 재검토나 ICAO 개정안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 표명을 요청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 국내 도입 시 항공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국내공항 여건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재산권 행사 좀 하자"는 강서구… 중간에 낀 서울시 '난감' 양천구와 반대로 강서구는 ICAO 개정안에 대한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서구는 현재 전체 면적의 97.3%가 고도제한 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절대적 금지표면 대비 조건부 평가에 따라 건물을 높이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금보다는 높은 층수로 정비사업이 가능하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지난달 고도제한 완화 관련 세미나를 열고 "1958년 김포국제공항 개항 이후 강서구는 도시 발전과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다"며 이번 국제기준 개정이 강서구 56만 주민의 염원을 담아 합리적이고 조속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내 자치구가 상반된 처지에 놓이면서 서울시도 향후 정책 방향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0일 목동6단지를 방문해 재건축 속도를 높인다면 ICAO 개정안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동 재건축 단지가 개정안 시행이 예정된 2030년 안에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까지 모두 마친다면 제도 변경 사정권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오 시장은 "아직 고도제한 개정 관련 세부 내용이 완전히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8월부터 ICAO와 국토부 사이 소통을 통해 최종 규정안 협상까지 1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재건축이 진행되는 지역의 재산적 피해가 발생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시 또한 재건축 추진 단지가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강력히 건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고도제한 관련 규정 개정과 재건축 사업 사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주택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지역 전체의 자산 가치와 지방세수 증가, 인구유입 등에 효과가 있으나 그 과정에서 비행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김영록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제한된 면적 하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저하는 해당 지역 개발의 결정적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장애물제한표면 하에서의 법규상 각종 제한까지 더해지면 지역 노후화의 대표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고도완화가 없이 특정 지역 전체의 경제적 이익이 상실된다면 항공항적 검토를 바탕으로 한 고도제한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환 한국항공우주법연구소 대표는 "일본과 대만은 도심에 있는 비행장 주변의 공역을 재설계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비행안전을 추구하고 있다"며 "항공기와 관제 기술의 급속한 발달을 따라잡지 못하는 구식 정책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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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공모' 이상민 前 장관 구속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죄를 범했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1일 영장을 발부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스핌DB] 특검은 지난달 28일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증 등 혐의로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해 국민의 생명·안전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특검은 이 전 장관이 행안부 장관으로서 외청 기관장인 소방청장 등에게 의무 없는 단전·단수를 지시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도 봤다. 특히 이와 관련해 특검은 그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변론기일에 나와 단전·단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발언한 것을 위증이라고 판단해 이 혐의도 적용했다. 그동안 이 전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등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며, 행안부에는 소방청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다는 것이 이 전 장관의 주장이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고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160장의 파워포인트(PPT)를 준비하고, 앞서선 300여쪽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이 이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전 장관 구속은 이른바 '안가(안전 가옥) 회동 의혹' 관련자 중 첫 신병 확보인 만큼, 일각에선 특검이 근시일 내 나머지 안가 회동 멤버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가 회동 멤버는 이 전 장관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법률가 출신 최측근으로, 계엄 해제 이후 안가에 모여 계엄 직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hyun9@newspim.com 2025-08-0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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