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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한 분청사기 닮은 김근태의 '무언의 화폭',글로벌 미술계가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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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리안갤러리 서울서 4월말까지 개인전
돌가루에 물감 섞어 캔버스에 무심히 '덤벙'
일본 도쿄화랑 등 해외 미술계도 주목

30년간 작업 내면적 근원 보여줘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조선시대 어느 이름없는 도공이 빚은 분청사기처럼 무덤덤하고 무심하다. 고요하니 말이 없다.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근태(72)의 그림이다.

[서울=뉴스핌]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 김근태 개인전에 출품된 회화 'Discussion(담론)'  캔버스에 오일.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13 art29@newspim.com

고희를 넘긴 김근태 작가가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작품전의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2년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린 개인전과 2023년 일본 도쿄의 도쿄화랑에서 가진 개인전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기존의 흙색 화폭이 아닌, 새로운 흑백 화폭과 무심한 듯한 스트로크에 의한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출품작은 '담론(Discussion)'이라는 타이틀의 근작과 신작 회화, 그리고 설치작품 등 총 30여 점이다.

김근태의 작업은 '수행의 길'과 맞닿아 있다. 세상은 '과잉'으로 넘쳐나지만 그는 그 어떤 의도도, 계산도 없이 돌가루를 개고 접착제와 물감에 혼합해 캔버스에 묵묵히 올린다. 밑작업을 스무차례 넘게 끝없이 반복하다가 큰 붓으로 이를 쓱 지우듯 훑어내린다. 분청사기 도공들이 도자기에 유약을 '덤벙'하고 묻혔다가 다시 주르르 흘러내리게 하듯, 작가는 화면에 어떤 형상이나 흔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무위'의 화폭을 만든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건드리는 '김근태식 추상의 세계'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작가는 말한다.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그 배후 이성적으로 '알 수 없음의 밑바닥'에 있는 것을 백자는 표현한다. 모습과 색은 종일 날았어도 날랐다는 흔적이 없는 새와 같다고 할까".

[서울=뉴스핌]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 자신의 개인전에서 신작및 설치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김근태.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13 art29@newspim.com

결국 그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도달할 수 없는 '근원'이다. 비우고 또 비우고, 지우고 지움으로써 그의 화폭에는 아주 미세한 떨림만이 남는다. '적요' 그 자체다. 그런데 그 텅 빈 듯한 화폭이 오히려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한 것은 왜일까? '텅빈 충만'이란 역설에 감상자들은 그의 그림에서 발을 떼질 못한다.

해외의 미술전문가들이 김근태의 추상에 매료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 현대미술에 밝은 일본 도쿄화랑의 다바타 유키히토 대표는 "김근태의 그림이야말로 한국의 오랜 뿌리에 가장 잘, 그리고 깊게 맞닿아 있다"고 평했다.     

김근태는 직접 만든 '돌가루 물감'으로 조선 백자의 매끈한 표면을 백색·황토색의 추상으로 표현한 '숨' 연작과 유화물감을 캔버스에 여러 겹 올린 후 거친 붓질로 재료의 질감을 도드라지게 한 '결' 연작을 선보여왔다. 이번에 내놓은 신작 '담론(Discussion)'은 '숨결' 연작의 연장선이지만 작가의 1990년대 작업과 맥을 같이 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서울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김근태 개인전' 전경. [사진-=리안갤러리] 2025.03.22 art29@newspim.com

중앙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0년대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근태는 한동안 서구 모더니즘을 천착했다. 그러다 1993년 첫 유럽 기행에서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고 '이건 죽어도 내 것이 될 수 없겠다'는 충격에 빠졌다. 서구 모더니즘은 더이상 내 옷이 아님을 느꼈던 것이다.

이후 "나는 무엇이어야 하나. 내 사유를 어떻게 물질화할 것이냐"는 질문을 거듭했고, 경주 남산의 석불과 전통사찰의 탑과 불상, 나한상을 돌아봤다. 조선시대의 백자와 분청사기와도 다시 조우했다. 그리곤 돌가루와 '물덤벙'에 눈을 떴다. 그는 석분에 물감과 접착제를 섞어 캔버스에 부은 후 질료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고 때로는 붓을 들고 긋는 고유한 작법을 창안했다.

작가는 "분청사기 도공들에게 삼배를 올리고 싶다. 그 분들에게 더없는 친근감을 느낀다. 조선의 분청사기들을 보면 그걸 빚었던 분들은 마음 속에 품은 것도 없고, 원한도 없고, 아쉬움도 없었을 것같다. 내겐 그런 그들이 은사이자 스승님이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자신의 개인전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김근태. 전시는 오는 4월 30일까지 열린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22 art29@newspim.com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김근태의 회화는 사유의 세계이다. 그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은 마음의 본질이라는 화두와 만날 수 있다.(중략) 김근태 작업의 주요 주제 중의 하나가 '적정(迹淨, Purity of Trace)', 흔적의 순수성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의 그림은 그림 그리는 마음과 행위의 순수성이 드러내는 자취가 고스란히 남겨지는 장이다"라고 평했다.

김근태의 붓질은 무아의 상태에서 나온다. 행위의 연속된 시간 속에서 단호한 한 순간에 마지막 붓을 긋는다.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껍데기를 깨고 나의 근본과 조우하는 순간이다. "생각과 욕심이 들어가는 순간, 붓도 욕망에 취한다"는 그는 "요즘 내 그림이 너무 날씬해지는 것은 아닌가? 괜히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 아닌가?"고 되묻곤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모든 게 소멸한다. 그리곤 지구 안에서 순환한다. 그저 이 시간, 이 때에 이 게 있을 뿐이다. 나의 작업은 어찌 보면 지워가는 과정이다. 오직 행위로서의 작업에 치중하려고 한다. 원래 갖고 있던 청정한 세계, 참 나, 그 본연의 것을 만나는 여정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너무 세련되게 될까봐 늘 경계한다. 많은 작가들이 드러내려고 하는 '조형성'을 김근태는 오히려 무의미하다고 여긴다. 공자께서 '언변 좋고 매끈한 사람 보다, 진실한 사람이 되라'고 했듯 그는 '내 작업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사유하며 끝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무료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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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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