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안보실장, 11월 미 대선 겨냥
"7차 핵실험 가능성 충분" 인터뷰
번번이 빗나간 북한 핵 관련 예측
"국민 신뢰 얻을 메시지 고민해야"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잇달아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언제 김정은이 핵 버튼을 누를지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관련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오는 11월 미 대선을 그 시점 중 하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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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23일 미 대선을 전후한 시점에 맞춘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은 지난달 8일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 실장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는 모습. 2024. 09. 24 |
신 실장은 "북한은 핵 소형화 등을 위해 기술적으로 몇 차례 더 핵실험이 필요한 상황이며, 북한 7차 핵실험은 김정은이 결심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상태를 늘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안보 책임자가 북한이 핵실험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미 대선이라는 시기까지 내놓자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와 미국 대선 전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고 답했다.
고위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 도발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향후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구도를 차지하려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이 지난 13일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방문하고, 이를 선전매체를 통해 공개하는 등 최근 들어 북한이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은 현장 방문을 통해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며 핵물질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고 한미 공조 대응과 철저한 대비태세를 세우는 건 나무랄 일이 아니다.
북핵 등 국가안보에 최대의 위협 요소가 될 사안을 챙기고 만전을 기하는 건 외교안보 당국자로서는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황이나 추론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판단이나 정보가 바탕이 돼야 한다.
막연하게 미 대선이란 이벤트도 있고 하니 북한이 이에 맞춰 추가 핵실험에 나설 것이란 식의 언급은 국민에게 혼선만 주고 대북‧안보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트린다.
정부의 이 같은 '북한 핵실험 임박' 타령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고위 당국자나 부처 담당자들의 말이 국민 신뢰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22년 9월 27일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언급하며 "10월 16일∼11월 7일 사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중국 공산당 20차 대회와 미 중간선거 일정을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하자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보 당국이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원은 같은 해 10월 열린 정보위 회의에서는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전까지는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대회 일정을 넘기자 미 중간선거까지의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버텨봤지만 결국 7차 핵실험은 없었다.
그런데도 이후 우리 정부 당국자나 대북관련 부처에서 7차 핵실험 가능성은 주기적으로 반복돼 왔다.
미국 등 관련국 부처나 당국자들이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말을 아끼고 있는 것과 차이가 난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 8월2일 정례브리핑에서 11월 대선을 전후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계속 주시할 것"이란 원론적 입장을 표명한 뒤 "핵실험은 역내를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든다.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기우제가 100%의 효험을 낼 수 있는 비결은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내는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정부 당국의 잇단 '7차 핵실험 임박' 언급의 종착지는 결국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또 한 번의 지진파가 감지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답이 맞는다고 해서 그 과정이 모두 옳다고 볼 수는 없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끝내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전문가들 사이에 만만치 않게 제기되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지난 2017년 9월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성공하자 한미 정보 당국과 많은 전문가 그룹에서는 6차례 실험으로 기술적인 완성에 도달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실험은 필요치 않을 것이란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정치적 이유나 소형화를 위해 7차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지만, 북한이 이미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헌법 등에도 이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추가 핵실험이라는 게 자가당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핵에 대한 집착을 강조하고,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민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정부의 입장은 일견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양치기 소년' 식의 알람으로는 대북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고 결국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어려운 안보 환경 속에서 심기일전해 전략과 전열을 가다듬고 북핵 등 핵심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어떻게 국민들에게 믿음직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기를 권고한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