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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차이나] <3> 대륙과 나,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신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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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로 인해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달을 때였다. 친한 회사 선배가 "아직도 중국이 좋아?"라고 물었다. 뜻밖의 질문이었는데, 당황스럽고 기분 나쁘기보단 '다른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에 흥미로웠다. 여기서 '나 같은 사람'이란 아마도, 중국어를 하고, 중국을 공부하고, 중국 근무 경험도 있고 하여 직장에서 소위 '중국 전문가'라고 불리우는 사람일 것 같다.

보통의 나라면, 예기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머릿속이 하얘지며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우물우물하며 넘어간다. 나의 잠자리 '이불킥'의 90% 이상이 이런 식으로, 해야 할 댓거리를 하지 못하고 집에 와서 주로 억울하고 분해하며 이루어진다. 그날 일은 '억울하고 분한' 경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달랐다. "저는 중국의 정치체제나 외교정책과는 상관없이 중국을 좋아하는 거예요. 우리나라 정치가 싫다고 해서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나 스스로도 두고두고 잘했다고 여겨지는 그런 답변을 했더니, 그 선배도 더 이상은 얘기가 없었다.

'중국이 좋아?' 나를 당황케한 선배의 질문

그렇다. 나는 정치·외교를 떠나, 중국, 중국인 그리고 그들의 유구한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다. 광활한 대륙 곳곳에 남아 있는 인문 고사와 역사 이야기가 흥미롭다. 방방곡곡 빼어난 자연경관과 풍부하고 다채로운 음식문화가 좋다. 고색창연한 역사 전통만큼이나 깊은 철학과, 그 철학을 담아낸 언어와 사람들이 좋다. 게다가 그들의 '쩐'의 논리는 종종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나라보다 합리적으로 보이곤 한다. 사람들의 여유롭고 호방한 대륙적 기질도 좋아 보인다. 눈앞의 득실을 따지지 않고 장기적으로 인연부터 맺어가려는 걸 보면 너무 쿨해 보인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신선영 무협 상하이지부 지부장이 여행 도중 중국 후난성 부용진에 들러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05 chk@newspim.com

일상생활속에서 남의 눈치나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이 행동할때는 자유민주 국가인 우리나라보다 자유로워 보인다. 예를 들면, 중국은 어느 도시를 가나 동네에 넓은 터만 있으면 불특정 다수에게 사방이 공개된 그 곳에서, 저녁마다 동네 주민들이 모여 음악을 틀어놓고 '광장무'를 즐긴다. 이들을 보면 가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나나 주변 친구들, 그리고 다른 많은 한국인들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다. 누가 못하게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자기 검열에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최대한의 자유와 개성과 재미를 추구하고 싶어했다. 이런 성향인 내가 보수적인 직장에 들어오자 선배들은 내가 몇 개월 만에 퇴사할지를 두고 내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나였기에 통념과는 달리 언뜻 '자유로운 영혼'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사회가 더욱 신기하고 흥미로워진 것일 수도 있다.

남의 시선을 중시하는 우리는 의식주 중 중국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衣)'를 많이 중시하는데, 중국은 절대적으로 '식(食)'을 중시하는 느낌이다. 몸 밖으로 보여지는 것보단 몸 속으로 들어가는 내실을 훨씬 더 추구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세련미나 잔 기교는 부족할 수 있다. 중국의 이런 '남 의식 안 하고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뭔가 '장기적으로 크게 생각하는' 대륙적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문화 속에 살다가 한국에 가면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부족한 2%' VS 대국의 자신감

세상 모든 나라마다 각기 문화가 다르고 국민 의식에도 차이가 있다. 부럽게 느껴지는 면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점은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중국 또는 중국인들에게도 분명 외부인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거나 못마땅하게 여길 만한 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중국인들은 생활 속에서 비합리, 비효율, 비민주 등 '비'자가 들어간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발견해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 하기보단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중국은 나라가 크고 사람이 많아서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다 지적해서 바꾸려 하다간 제대로 사회가 굴러갈 수가 없다'거나, '나 한 사람이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거나, '괜히 나섰다가 나만 피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 같다.

2010년 상하이엑스포의 한국기업연합관에서 파견 근무할 당시, 중국 국내외의 다양한 사람들이 엑스포를 구경하러 몰려왔고(물론 절대 다수는 중국인들이었다), 인기 전시관들의 대기열은 어마어마했다. 오일머니를 쏟아부어 화려하게 꾸민 사우디관이 가장 인기였는데, 입장 대기시간이 무려 9시간이라고 들었다.

어느 전시관이나 새치기하는 중국인들이 꽤 많았는데, 몇 시간씩 더위에 힘들게 기다리는 중에 새치기를 당해도, 화를 내는 중국인은 많지 않았다. 다들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새치기하는 사람 몇 명쯤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신선영 무협 상하이지부 지부장이 중국 진출 기업들과 행사를 가진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3.10.05 chk@newspim.com

예전에 남편과 중국여행사를 통해 내몽고로 패키지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우리와 만나기로 한 가이드가 첫날부터 몇 시간이나 지각을 해서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다.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한 가이드도 황당하지만, 더욱 큰 문화적 충격은 중국 단체 여행객들의 반응이었다. 가이드가 뒤늦게 와서, 오전에 못 본 관광지는 오후 일정을 단축해서라도 다 보여주겠다고 하자(이건 또다른 불만 야기 포인트인데도) 다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차에 올랐고, 화가 나 있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얼마 전에 중국여행사를 통해 리장에 갔을 때도, 가이드의 잘못으로 옥룡설산을 중간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와야 했는데도, 대부분 불평하지 않았고 나혼자 소심한 컴플레인 몇 마디를 했을 뿐이다. 좋게 말하면 '너그럽고' 나쁘게 말하면 '둔감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중국인들은 남 눈치 안 보는 자유를 추구하다가 조금 지나칠 경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적지않은 중국인들은 옆 사람과 대화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탄 후, 밀폐된 공간인 엘리베이터 내에서도 전혀 말소리를 줄이지 않고 동일한 볼륨으로 대화를 계속해서 다른 동승자들에게 귀가 멍멍해지는 소음공해를 유발시킨다. 다만 많은 경우, 나를 제외한 다른 중국인들은 이런 걸 '소음공해'나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긴 하다.

글로벌 강대국들이나 문화대국들은 모두 자국·자민족에 대해 우월감을 갖고 있다. 어려서 미국에서 살아보니 세계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는 미국인들이 많았고, 대학교 때 연수로 가서 체류했던 한 때 해가 지지 않았다는 영국(대영제국)이나, 여러 번 출장·여행 갔었던 프랑스와, 무적함대의 나라 스페인, 그리고 아시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졌었던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느낌을 받았다.

중국·중국인도 마찬가지다. 넓은 땅, 많은 인구,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전통 문화, 단시일에 훅 치고 올라온 경제력과 G2로서의 글로벌 영향력, 그리고 중화사상, 중국 중심주의, 민족적 우월감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오죽하면 중국이 더 팽창하는 걸 막으려고 미국이 행동에 나섰을까.

"그럼 뭐하냐. 아직 빈부격차도 크고, 짝퉁 제품 제조 대국이며, 직접 선거도 없는 나라가 아니냐. 게다가 요즘엔 경제 마저 별로 아니냐" 일각에선 이렇게 중국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도 대세에 크게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중국인들은 "시기심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냐"고 반박한다.

수교 30년 한중관계의 양과 음

수교 30주년이 무색하게 지금 양국 관계와 국민 감정은 수교 이래 최악이다. 사실 한국이 중국에 갖는 관심에 비해 중국은 한국에 대해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다. 따라잡아야 할 상대이자 '가해자'로 여기는 미국에 대해서는 당연히 관심이 많고, 일본에 대해서는 역사적 이유로 '샤오르뻔(小日本)'이라고 부르며 미워하면서도 인정은 해 주는 거 같다. 한국에 대해서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우리의 대중 감정 악화 현상이나 부정적 언론 기사에 대한 댓글들이 중국어로 번역되어서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조회수를 목적으로 선동적인 콘텐츠를 게재하면서 반한감정이 쌓여간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신선영 무협 상하이지부 지부장이 중국 현지 업무 파트너들과의 회식에서 고급 백주 멍즈란으로 건배를 하고 있다.  2023.10.05 chk@newspim.com

우리사회의 대중국 호감도는 '바닥 뚫고 지하로' 내려가 있다. 베이징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시기(2011년 하반기 ~ 2015년 초)가 중국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핫하고 한중 관계도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극과 극 체험' 수준이다.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종종 중국과 관련한 한국의 뉴스를 보게 되는데, 밑에 달린 댓글들이 내게는 참 충격적이다. 99%가 중국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내용이고, 상당수 댓글은 근거도 없이 무조건 욕이다.

간혹 '팩트'를 얘기하거나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댓글에는 여지없이 '빨갱이', '중국X', '조선족'이라며 매도한다. 나같은 경우도, 팩트보다는 개인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인터뷰나 기고문 요청이 매체로 부터 들어오면, 언제부턴가 댓글창을 운영하는 매체인지 아닌지부터 살피게 되었다.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반중 감정은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조카 J에게 '고모가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동안 고모네 집에 놀러오라' 고 아무리 설득해도, 초등학교 5학년밖에 안 된 J는 '중국이 싫다'며 안 오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로 '유혹'에 나서자 '그거 다 짝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혐중을 유발하는 가짜 뉴스의 폐해이다.

반중·혐중 감정은 사드 이후 본격적으로 심해진 것 같다. 미국의 요구(?)로 사드 배치를 추진했는데 중국의 보복은 미국이 아닌 우리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보였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큰 비용을 치러야 했던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된 것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거기에 예전부터 우리나라 대기오염에 중국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저가 불량식품 및 저급품이 주로 중국산이라는 점(그러한 상품들을 수입·유통하는 건 한국인이라는 생각은 잘 안 하는 듯 하다), 사드 이후 중국 정부는 한류의 정식 수입을 잘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중국인들은 정당한 저작권료 지불 없이 우리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는 점 등도 반중 감정에 한몫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의 양국 간 외교 공방에서 중국은 대국으로서의 너그로움보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천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이사갈 수도 없는, 가장 가까운 이웃, 경제·기술 강국, 인구·영토 대국, 그리고 문화 강국인 G2 국가 중국과 이렇게 지내도 좋은 걸까. 우리에겐,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글로벌 경제·기술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정보단 이성, 이념보단 실리를 추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는데...

나비의 날개짓으로 태풍을

개혁·개방 이후 수십 년간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일궈낸 중국과 함께, 우리나라도 중국에서 엄청난 무역수지 흑자를 보며 경제 성장을 거듭했다. 이제 중국은 첨단기술 등 많은 분야에서 우리를 따라잡거나 이미 능가해 협업 관계가 경쟁 관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돈 벌기가 힘들어졌다고, 중국을 원망하거나 폄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가 발전하면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는 건, 우리도 거쳐 온 당연한 수순이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신선영 무협 상하이지부 지부장이 상하이 및 인근 지역 현지 진출 기업 대표들과 상하이 시내 민물가재 식당에서 만찬을 즐기고 있다.   2023.10.05 chk@newspim.com

이제 우리의 역량을 꾸준히 키우면서, 오랜 파트너인 중국과도 새로운 협업 공간을 찾아야 한다. 첨단 기술 분야 외에도, 글로벌 이슈인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 양국 공통의 사회적 이슈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 등에서 한중은 필연적으로 협업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언젠가는 중국과 함께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경제개발에 참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때가 어느 땐데 그런 갑갑한 얘기를 하냐고, 너무 나이브한 거 아니냐고 한심해 할 수도 있겠지만 바라고 희망하고 꿈꾸는 건 자유다. 정부가 하기 힘들면 민간에서부터, 아무도 안 하면 나부터라도 작은 날개짓을 시작해 볼까. 그 날개짓이 언젠가는 태풍으로 돌아오기를 고대하며...  

글쓴이= 신선영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

▶신선영은...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 지부장 신선영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온 영문학도다. 어려서 미국에서 살았고 영국에서 유학했으며 출장과 여행으로 프랑스 등 구미지역을 자주 다녔다.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전문가로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기업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으로 재직중이다. 신선영은 정치문제와는 별개로 한국이 한중 관계를 잘 관리해 경제 실리를 도모해야한다고 믿는다. 예전 이어령 문화부 장관은 "역사상 한중은 갈등도 잦았지만 수천년 문화적 가치를 공유한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현 정부 추경호 부총리도 "미일과 친하다고 해서 중국을 따돌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신선영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공자와 삼국지, 시인 이백, 마라탕을 중국 것이라해서 배척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신선영에게 있어 한중은 서로 필요를 충족시키고, 상생을 추구해야할 이웃이다. 그래서 신선영은 중국을 더 많이 탐구하려 한다. '중국은 무엇이고, 중국인은 누구인가'. 영문학도 출신 중국 전문가 신선영을 따라다니는 화두다. 경제영토 확장에 욕심 많은 신선영은 무역협회 해외마케팅실, B2B, B2C 마케팅실 실장을 역임한 무역일꾼이며 대통령 표창(2019)을 받았고, 저서로는 '박람회 경제학'이 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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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opento@newspim.com 2026-08-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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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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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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