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우리 집에 남이 사는데 나는 모른다"...전세사기에도 여전히 허술한 주민등록제도

기사입력 : 2023년10월03일 06:30

최종수정 : 2023년10월03일 12:05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재개발 때문에 집을 비워줘야하는 세입자 김모씨(53)는 조합에 이사비를 받기 위해 서류를 준비하다가 지금껏 몰랐던 일을 발견했다. 15년째 자신의 네 가족이 거주하는 집에 다른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 주민등록등본에도 나오지 않아 김씨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놀란 김씨는 전세사기가 아닐까 우려했다. 집주인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듯 물었더니 놀라운 것은 집주인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집주인도 실거주자도 모르는 전입자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집주인은 집을 비워야하는데 명도소송을 걸어야하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아 큰 걱정은 덜게 됐지만 김씨는 다른 사람이 내 집에 들어오는데 내가 알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다. 김씨는 말한다. "2005년 부동산 가격이 뛰어오르자 위장전입에 대해 처벌한다고 난리난리 났었는데 위장전입이 이렇게 쉬운 줄은 정말 몰랐다"며 "어이가 없는 건 이 사람이 1년째 살고 있는데 나나 집주인이 알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을 들썩였던 전세사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몰래 전입'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인 임대인은 물론 실거주자인 세입자도 모르게 전입신고를 할 수 있으며 전입신고 이후 집주인과 실거주자에겐 알려주지도 않아 몰래 전입자가 있어도 길게는 몇년이 지난 다음에야 파악하는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세입자 보호에만 매몰된 채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에도 집주인이나 실거주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입신고하는 주민등록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서울 시내 빌라-다세대 주택 단지 kimkim@newspim.com

현행 법령체계에서 전입신고는 '아무나' 할 수 있다. 임대차 계약서를 보여주고 전입신고를 하면 된다. 집 주인에게 알리지 않아도 손쉽게 전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전입신고는 임대차 계약서를 제시하고 세입자가 스스로 와서 전입신고를 하면 이를 받아준다"며 "바뀐 주민등록법 시행령에서 개선 사항이 생겼지만 큰 틀의 전입신고 과정은 변함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세 사기 여파가 강력하게 일면서 행정안전부가 지난 4월 '주민등록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시행했지만 이같은 '몰래 전입'은 여전한 관행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4월 개정된 주민등록법 시행령은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세입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세입자인 전입 당사자가 자기도 모르는 새 다른 주소지로 전출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실제 지난해 전세사기 사태 당시 전세사기 일당이 집주인과 짜고 세입자의 기존 가주 서명을 위조한 뒤 다른 주소지로 전입시킨 사례가 잇따랐다. 

이에 정부는 새 거주지의 가구주가 전입자를 대신해 전입신고를 할 경우 전입 당사자 서명은 물론 신분증 원본까지 제시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누군가가 자신의 주소에 전입했을 경우나 자신의 가구주 지위가 변경됐을 경우 등에 대해 통보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시행령 개정 이후 전입된 신고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기존에 이뤄진 몰래 전입의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여전히 집주인은 모른 채 전입신고를 할 수 있다. 결국 현행 전입신고 관련 규정도 헛점이 많아 전세사기 악용이나 위장전입 등에 충분히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이같은 몰래 전입 사실은 집주인이 임차인 현황을 떼지 않는 한 알 수 없어 세입자의 피해가 가중될 수 있으며 집주인의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이뤄진 몰래 전입신고는 소멸이 상당히 어렵다. 현행 규정에서는 집주인이 자신의 집에 살고 있지 않은 몰래 전입자에 대해 거주지 불명 신고를 해 구청이 직권 말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청은 해당 몰래 전입자에게 통보를 하고 통보를 받았음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한달 후 현장 조사를 거치고 거주 사실이 발견되지 않으면 직권 말소를 하는 절차다. 

직권 말소 과정은 쉽지 않다. 몰래 전입자가 통보를 받지 않으면 시간이 한없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는 장기화 되면 4~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멀쩡하게 실거주자가 있는 집에 전입신고를 함에도 집주인 또는 실거주자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특별한 서류를 떼지 않는 한 알 수도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위 사례의 김씨는 "살고 있는 집이 엉뚱한 사람이 뒤늦게 전입신고를 했는데 실거주자인 나도 집주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2년 가까이 흘렀다는 것은 범죄에 활용하기에 너무 좋은 상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몰래전입은 아파트보다 빌라에서 많이 발생한다. 건축물대장, 집합건물 등기부등본과 같은 공부(公簿)상 지하층 또는 반지하층은 지하로 표기되지만 실제 빌라는 지하 또는 반지하 층은 1층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되면 지하1층 세입자가 공부에 기록된 101호로 전입신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단순실수로 인한 몰래전입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몰래 전입에 관용적인 이유는 세입자 보호 때문이다. 집주인이 부동산 투기 등을 목적으로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막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는 대항력을 전혀 발휘할 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오피스텔과 같은 비주택 주거상품의 경우 주택수 산정 회피나 세금 회피를 위해 집주인들이 계약시 특약 사항을 작성해서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같은 세입자 보호가 중요하지만 집주인도 아닌 실거주자가 모르는 전입신고가 이뤄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울러 과거 노무현 정부부터 부동산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몰래 전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은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 보호 목적이 있다해도 실거주자도 모르는 전입이 이뤄진다면 이는 제대로 된 주민등록제도가 아닐 것"이라며 "최소한 실거주자에게라도 전입 사실을 통보하고 적절한 전입인지를 확인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국힘 대선후보 김문수 56.53% 득표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당직자들과 손을 들며 인사하고 있다. 2025.05.03 photo@newspim.com   2025-05-03 17:28
사진
李 파기환송심 서울고법 재판장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지 하루 만에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을 맡을 재판부와 첫 공판기일이 정해졌다. 서울고법은 2일 오후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에 배당했다. 또 이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소환장 및 기일통지 발송에 이어, 집행관 송달을 촉탁했다. 집행관 송달은 우편송달이 되지 않을 때 진행하는 특별송달이다.  서울고법의 선거사건 전담 재판부는 형사2부, 6부, 7부 3곳인데 이 후보의 기존 항소심 재판부인 형사6부는 배당 대상에서 제외됐고 6부의 대리 재판부인 형사7부에 배당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 이재권 재판장, '민주당 돈봉투' 등 사건 맡아 해당 재판부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으로 기소된 이성만 전 의원과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전 보좌관 박용수 씨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밖에 폐수 불법 배출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관련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조국혁신당 전략위원장(전 부부장 검사) 사건도 맡고 있다. 해당 재판부는 이재권(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와 박주영(33기)·송미경(35기) 고법판사로 구성됐다. 재판장은 이 부장판사가, 주심은 송 고법판사가 맡는다. 이 부장판사는 제주 서귀포 출신으로 제주제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1997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행정법원 판사, 제주지법 부장판사, 수원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 부장판사는 2005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2006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판사, 2021~2024년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용훈·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인 2010년~2012년에는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로도 근무했다. 박 고법판사는 서울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서부지법 판사, 수원지법 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고 올해 2월 서울고법에 부임했다. 송 고법판사는 부산서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을 거쳐 2006년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남부지법 판사, 부산지법 판사, 인천지법 판사 등을 거쳐 2022년 2월부터 서울고법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인 2019년~2022년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 첫 파기환송심 15일...李 불복 뒤 재상고 가능성 커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은 오는 15일 오후 2시로 지정됐다. 이날 사건이 배당된 지 약 한 시간 만에 재판부가 기일을 지정하면서 이 후보 사건은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후보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할 것으로 보여 오는 6월 3일 대선 전 최종 판결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법 전합은 전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한 발언,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의 압박 내지는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에 해당해 허위사실공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를 하위직이라서 몰랐다는 발언과 함께 골프 발언을 듣는 일반 선거인으로서는 출장은 같이 갔지만 함께 간 해외줄장 기간에 골프를 치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며 "그런데 피고인은 김씨 등과 함께 간 출장 기간에 골프를 친 것이 사실이므로 이 발언은교유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이 사건 의무조항을 들어 용도지역 변경을 압박했다'는 취지의 발언과 '국토부가 이 사건 의무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은 기속력이 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은 이를 뒤집을 만한 중대한 증거가 새롭게 제시되지 않는 이상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이 후보에 대한 추가 양형 심리를 거쳐 유죄를 선고하게 된다. 이 후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은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shl22@newspim.com 2025-05-02 18:5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