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역 근처 점포 30여 곳 중 13곳은 '임대 문의'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대학 축제 특수? 그런 건 모르겠고 식재료랑 가스비까지 다 올라서 겨우 버텨요. 동네가 살아야 저희도 사는데 문 닫은 곳이 더 많으니..."
23일 오전 11시 50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앞 연세로 2길. 역에서 나오자마자 번화가 곳곳 텅 빈 가게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10여분간 거리를 돌아보니 점포 30여 곳 중 13곳은 '임대 문의'가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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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23일 오전 11시50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 번화가 일대. 곳곳에 '임대 문의'가 붙은 가게들이 있다. 2023.05.23 allpass@newspim.com |
그나마 옷가게나 속옷가게, 대형 신발가게는 이따금 학생 손님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드나들었지만 대부분 빈손으로 나왔다. 가게 입구엔 '학생증 할인', '파격 할인' 표지판이 무색하게 큰 노랫소리만 흘러나왔다.
신촌에서 25년간 공인중개사로 일한 김모씨는 "4년 전에 권리금 3억 받던 매물들이 지금은 권리금 없이 보증금 1억에 월세 500만~600만원에 내놔도 안 나간다"며 "코로나 한창 때에 비하면 공실률이 조금 완화되고 있긴 하지만 한동안 힘들 듯 싶다"고 설명했다.
인근 식당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점심 피크시간대인 12시 30분쯤에도 신촌 먹거리 골목은 휑한 분위기였다. 개점 시간이 지났지만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식당 사장들은 창문을 열고 바깥을 살피거나 가게 입구에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상인들은 "엔데믹 전환이나 대학 축제 시즌 특수를 맞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앞에서 12년간 분식집을 운영 중 강경진 사장은 "예전에는 단골도 많았는데 이제 거의 없어졌다. 코로나로 소비가 한 번 확 위축되다보니 예전만큼 (돈을) 안 쓴다"며 "그나마 외국인 관광객들이 조금씩 늘어나긴 한다"고 말했다.
한식집 사장 박모씨도 "축제 시즌이라고 크게 다른 건 못 느낀다. 만석 구경 못 한지 오래"라며 "코로나 때보다 매출이 안 나올 때도 있다. 가게를 내놓을까 고민도 했지만 일단 조금씩이라도 회복 되는 걸 지켜보고 있다"이라고 했다.
대학생들은 고물가·취업 부담으로 주머니를 열지 못하고 있다. 연세대 3학년 김모(22)씨는 "밥값이 너무 올라서 점심은 대부분 간단히 떼우고 저녁 약속도 많이 줄였다. 생필품은 주로 인터넷으로 싸게 주문한다"며 "신촌도 예전같은 분위기는 사라지고 언젠가부터 휑한 분위기라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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