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2월 신한지주 621억원 등 은행株 일제히 매수
"배당성향 2019년 수준으로 회복 전망"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배당과 금리인상 수혜 기대감으로 은행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다소 높아졌다. 특히 이달 들어 외국인이 은행주를 대거 사들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4대 금융지주 주가 및 코스피 지수 추이. [자료=네이버] |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달 들어 7.5% 올랐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9.3%, 11.5% 상승했고, 우리금융지주도 5% 올랐다. 이날 주가는 장 초반 1% 안팎의 강보합권에서 거래된다.
은행주를 끌어올린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KB금융을 586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621억원, 212억원, 238억원 순매수했다.
최근 주가 상승의 핵심적인 배경은 '금리인상'과 '배당'이다.
지난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내년 최소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에 따르면 전체 18명의 위원 가운데 10명이 내년에 세 차례가량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최소 3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금리 모멘텀 기대감이 커졌고, 배당투자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은행주 상승 폭이 매우 미미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은행주 강세의 배경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금리와 은행주의 수익률 상관관계도 최근 들어 더 높아지는 추세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주들과 국내 은행주들의 동조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주는 두 가지 성격이 강해지고 있는데, 하나는 증시에서 은행주의 성과와 금리의 민감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은행주의 글로벌 동조화가 강해지면서 미국 은행
주와 한국 은행주의 주식시장 성과가 비슷해졌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증권에 따르면 KRX 은행지수의 코스피 대비 상대성과는 올해 3월 이후 금리와의 상관관계(Corelation)가 0.77(일간 변동 기준)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닷새 중에 나흘 정도는 은행주의 성과가 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미국도 은행주의 성과가 금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데, 두 변수 사이의 일별 상관관계가 0.86 으로 한국보다 더 높다.
구 연구원은 "글로벌 은행주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금리, 물가, 테이퍼링 등인데, 이들은 모두 서로 연결돼 있
는 내용"이라면서 "결국 금리가 은행주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SK증권은 미국 기준금리 대해 내년 6월 이후 2년에 걸쳐 1.75%(총 6회)까지 인상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와 은행주 수익률 상관관계. [자료=SK증권] |
아울러 지난 해 위축됐던 금융지주들의 배당 성향이 올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최근 주가 상승의 주요 배경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에는 배당성향이 코로나19로 인해 20%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주가수익배율(PER)은 내려가고, 내재 자본비용과 배당수익률은 올라가는 주가 저평가 현상이 심화됐지만, 2021년은
중간배당 및 분기배당을 실시한 점과 그동안의 금융당국 코멘트를 고려할 때 배당성향은 2019년 수준인 25~27%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 연구원은 "2016~2017년처럼 오랜만에 순이자마진(NIM) 상승과 배당성향 상향 조정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한다"면서 올해 4분기 NIM은 전분기대비 4~5bp(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p) ,내년 1분기에 추가로 3~4bp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NIM은 전년대비 8bp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 연구원은 "추가로 자산 평잔 증가 효과까지 겹치면서 2022년 연간 이자이익은 전년대비 10%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시장의 전체적인 조정과 연말 배당 시즌을 맞아 금융주들은 시장에서 방어주 역할을 했다. 또 카카오뱅크 등 테크 중심의 신규 경쟁자들의 출현은 전통 금융주들에겐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8월 고점 대비 30% 가량 하락했지만 시가총액이 금융지주들보다 높다. 20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29조원, KB금융과 신한지주의 시총은 각각 23조원, 19조원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은행주를 산 자금은 시장 헤지 성격이 어느정도 있다. 전체적인 시장 조정을 피하고 '배당 수익 플러스 알파' 정도를 노리는 자금으로 추정한다"면서 "금융주 가운데서도 카카오뱅크와 같은 성장주를 사고 파는 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지난 15일 카카오뱅크에 대해 목표주가를 7만5000원으로 제시하면서 커버리지를 시작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35조8000억원이다.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기대가 현실화 되는 과정에서 주가 역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2022년말 주당장부가치(BVPS) 대비 5.1배, 주당순이익(EPS) 대비 92.6배에서 거래되고 있다"면서 "은행업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며 2022~2023년 예상되는 자기자본이익률(ROE)를 감안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된다. 지금의 주가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현실화되는 정도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을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플랫폼 기업과 은행의 밸류에이션(Valuation) 격차는 크다. 따라서 카카오뱅크에 대한 기대들이 현실화되는 과정 속에서 카카오뱅크의 Valuation 기준은 좀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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