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치료과정서 얻은 질병도 직무상 위해 해당"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지급해야"…유족측 승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화재 진압 중 부상을 입고 수술 과정에서 감염돼 간암 치료를 받다 숨진 소방관에게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한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 씨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청구에 대한 부지급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 씨는 광주광역시 소재 한 소방서에서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다 1984년 11월 발생한 화재 진압 중 다리에 유리파편이 관통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는 수술과정에서 출혈이 심해 동료 소방관의 혈액을 수혈받았는데, 해당 소방관이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로 밝혀졌다.
A 씨의 동료 소방관은 간암 진단을 받아 2003년 사망했고, A 씨도 2011년 간암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간암 치료를 받다가 우울증과 불안 등을 호소했고 증상이 악화돼 2013년 6월 퇴직했으나 결국 같은 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은 2018년 "망인이 부상 수술 당시 혈액 수혈을 통해 B형 간염에 감염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 씨의 사망을 공무상 재해로 판단했고 인사혁신처는 A 씨 유족에게 순직유족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A 씨 유족은 A 씨가 순직을 넘어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를 청구했으나 위험직무순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공무원연금법은 소방공무원이 인명구조작업 중 위해를 입고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경우 '위험직무순직공무원'으로 본다.
1심은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여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화재진압과 같은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발생하는 위험직무 수행 중 입게 된 신체부상을 치료하는 것도 위험직무 정리행위의 일환"이라며 "부상 치료과정에서 얻게 된 질병도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입게 된 위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망인은 부상 치료과정에서 질병을 얻은 후 극심한 심신의 고통을 받다가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돼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A 씨가 위험직무수행 중 입은 위해가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봤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은 "위험직무 수행 중 입은 위해가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르렀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며 인사혁신처 측 상고를 기각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