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의회가 21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MERCOSUR)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승인을 보류했다.
이번 FTA가 유럽 농가의 생존권 보호와 기후 변화 대응 등 기존 유럽의 가치와 법 체계를 훼손·위반한 점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로이터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날 FTA를 유럽사법재판소에 보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표결을 진행해 찬성 334표, 반대 324표, 기권 11표로 가결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사법재판소가 판결을 내리는 데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며 "EU가 메르코수르와 FTA를 체결하는 데 25년이 넘게 걸렸는데 또 다시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유럽의회 표결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크게 갈렸다.
농민의 영향력이 강해 이번 FTA를 줄곧 반대해 온 프랑스의 장노엘 바로 외무장관은 "프랑스는 필요할 때 아니라고 말할 책임을 감수했고 역사는 종종 그게 옳다고 입증했다. 싸움은 계속된다"고 했다.
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출신의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법적 검토를 핑계로 지연 전술을 쓰지 말고 동의 절차 때 반대표를 던졌어야 한다"며 "완전히 무책임한 자책골"이라고 했다.
EU 집행위원회가 FTA를 '잠정 이행'할 것인지가 주목을 받게 될 전망이다. EU 집행위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협정을 우선 이행할 수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유럽의회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며 협정 이행을 더 이상 지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정학적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이다. 우리는 이 협정의 합법성을 확신한다"며 "더 이상 지연이 없어야 한다. 지금 당장 잠정적 이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EU 각료이사회는 지난 9일 메르코수르와의 FTA 체결을 승인했다. 양측이 협상을 개시한 지 26년 만이다. 이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7일 남미 파라과이에서 협정을 공식 체결했다.
이번 FTA로 남미 우루과이에서 동유럽 루마니아에 이르기까지 약 7억8000만명의 인구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