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 "시가보다 낮은 1주당 138만원 매수→180만원 매도"
法 "거래가액에 회사 지배·경영권 가치도 반영…증여세 취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회사 대표가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지배 지분을 양도할 당시 시가는 회사에 대한 가치가 반영돼 있어 단순히 소수 지분을 양수할 경우 시가와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A씨가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A씨는 지난 2015년 10월 B연예기획사 대표로 재직하며 비상장회사인 B사 발행주식의 55%인 55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같은 해 11월 회사 주식 4500주를 1주당 138만원에 양수해 B사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A씨는 다른 연예기획사인 C사에 자신이 가진 B사 주식 70%인 7000주를 1주당 180만원에 양도했고 이 과정에서 서울지방국세청은 A씨가 주식을 시가보다 낮은 1주당 138만원에 매수, 180만원에 매도함으로써 차액 상당액을 증여받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8년 9월 반포세무서장으로부터 증여세 4억7100만여원 및 가산세 2억2100만여원 부과 처분을 받고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A씨는 "주식을 양수할 당시 이미 과반수인 55% 지분을 보유한 원고가 회사에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었다"며 "양수한 지분 45%는 회사에 주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소수지분인 반면, 양도한 주식 70%는 회사 경영권 등 비재무적인 가치를 포함하고 있어 두 거래는 유사한 거래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양수 당시 거래가액과 이후 양도 과정에서의 비교가액은 두 거래의 성격히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1주당 180만원을 시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세무당국은 "주식 거래 당시 전문회계법인에 평가를 의뢰해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method·DCF법)에 따른 평가액으로 1주당 180만원이 결정됐고 이는 거래 당시 주당 시가에 해당한다"며 "합리적 이유 없이 시가보다 약 30% 낮은 액수(1주당 138만원)로 거래가액을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와 C사 간 주식 거래에 대해 "회사 발생 주식의 70%를 보유하는 경우 회사에 행사할 수 있는 법률상·사실상 영향력은 소수주주가 가지는 영향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 C사는 이 사건 거래를 통해 유명 연예인이 소속된 B사의 지배권 내지 경영권을 취득함으로써 장차 컨텐츠 제작 및 연예기획 사업 확장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 당시 결정된 거래가액은 단순히 B사 주식 7000주의 가치만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응당 그 주식 취득과 함께 얻는 회사에 대한 지배권 내지 경영권의 가치도 반영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양도 당시 비교가액에는 경영권 이전 대가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이를 기준으로 주식가액을 산정할 수는 없다"며 "양수 당시 주식의 시가가 비교가액과 동일한 1주당 180만원임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부과한 증여세 및 가산세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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