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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과 안산, '쎈언니' 열풍을 재점화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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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때만 되면 어디선가 쎈언니들이 달려나와 국뽕 조장"
박세리가 국난 극복 상징 센언니였다면, 요즘 선수들은 쿨한 선진국형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선수들이 '쎈 언니' 담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여자 배구와 여자 펜싱에서 감동적인 역전 드라마가 펼쳐지던 31일 시인 류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생각해 보니까 혼자서 나를 키운 어머니도, 업어서 키운 큰누나도, 밥해 준 작은 누나도, 술값 줘가며 나를 키운 애인들도 다 쎈언니들이었다. 올림픽 때만 되면 우리나라는 어디선가 쎈언니들이 달려나와서 국뽕을 조장한다. 앞으로 다음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100번은 더 보게 되겠지. 볼 때마다 즐겁다. 쎈언니들 잘 모셔야 한다. 살아보니까 쎈형들은 늘 외상술만 사주거나 삥이나 뜯어갔다. 진짜 실속이 한 개도 없다. 쎈언니들은 술만 멕이지 않고 콧물도 닦아주고 해장국도 사줬다. 쎈언니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쎈언니들 만세!"

그러자 "저도 울엄니 덕에 쎈언니들 존경합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쎈언니들이 울 먹여 살려요" "쎈언니들이 대한민국을 울리네요. 넘 멋진 쎈 언니들 덕분에 주말이 행복하네요" "쎈언니들 덕분에 속이 다 시원함" "아아~ 쎈언니들 너무 감동이다, 시바" 등등의 댓글이 꼬리를 물었다. 

이런 '쎈 언니' 열풍의 기폭제는 단연코 김연경 선수다. 김연경은 허벅지 실핏줄까지 터지는 와중에도 열정 넘치는 투지를 보이며 경기 내내 선수들을 다독거리면서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가히 '배구의 여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7월 29일 세계 랭킹 7위의 강호 도미니카공화국을 세트 스코어 3-2로 꺾었을 때 김연경의 외침은 국민을 울린 명 어록으로 남겨졌다. 

이 경기의 명장면은 4세트 작전 타임에서 나왔다. 한국팀은 9:15로 몰리고 있었다. 작전 타임에서 김연경은 박수를 치면서 "해보자"라는 말을 5번이나 반복한 뒤 "후회하지 말고"라고 말했다. 감독의 작전 지시가 끝나자 김연경은 다시 "후회없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승리에 대한 그런 간절함이 선수들을 독려하는 최상의 자극제가 되었을 터였다. 김연경과 같은 중·고교를 다녔고 흥국생명에서도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MBC 황연주 해설위원도 이 장면을 보고 끝내 눈물을 훔쳤다. 황위원은 "죄송하다. 경기가 이기고 지는 걸 떠나서 그 목소리가 너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없이"에 이어 또 하나의 어록이 31일 한일전에서도 나왔다. 이날 극적인 승리를 거둔 이후 김연경은 일본에서도 엄청 뜨거운 반향을 얻었다. 일본 트위터에서 '베스트 트윗'으로 올라온 글은 다름아니라, 김연경이 후배 선수들을 격려하며 "괜찮아. 언니만 믿고 따라와"라고 말한다고 올린 사진이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김연경 선수가 과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글. "교회는 성경, 불교는 불경, 배구는 김연경"이라고 자신이 직접 자화자찬하는 귀여움을 보여줬다. 2021.08.02 digibobos@newspim.com

잘 알려졌듯 김연경의 별명은 '식빵언니'다. 식빵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팀을 격려하고 자극하는 발언 다음 '식빵'과 비슷한 발음의 욕을 뒤에 자주 붙인다고 해서 얻은 애칭이다. 다른 선수들이 이렇게 욕을 헀더라면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텐데, 식빵언니는 그 논란에서도 자유롭고 미소를 머금케 한다. 결코 좌절하지 않고 투지 넘치는 김연경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동화돼버린 탓이다.

배우 김혜수는 8월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냥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충 넘어갈 생각하지 말아라"라는 글을 남겼다. 이 말은 과거 김연경이 했던 말로, 김연경의 5개 명언에 속한다. 식빵언니의 말을 김혜수가 다시 올려, 그녀를 향한 팬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김연경의 과거 어록도 새삼 재조명되며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과거 김연경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교회는 성경, 불교는 불경, 배구는 김연경"이라고 자화자찬의 글을 올린 것인데, 네티즌들은 여기에 "국민은 존경"이라는 라임을 하나 더 붙여 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모두 날 보면 아이뻐라 아이아이 아이뻐라 아이뻐라 아이뻐라"라고 시작하는 래퍼 제시의 노래 <쎈언니>는 "They call me 쎈언니 TRUE THAT TRUE THAT 진짜 쎈언니 죽네 죽네 다들 기 죽어 SEE THAT SEE THAT 내가 뭘 입어도 뭘 입어도 내가 혹시 욕을 해도 욕을 해도 사람들이 내게 뭐라 해도 뭐라 해도 Then still look at me like 아이뻐라... 니들이 뭔데 감히 날 판단해 this is my moment 뭘 해도 잘나가네 니들이 뭔데 감히 날 판단해 이건 내 무대 뭘 해도 잘나가네"라고 노래한다. 마치 김연경을 모델로 한 듯한 가사다. 김연경과 제시는 88년생 동갑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최근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며 '베스트 트윗'으로 꼽힌 사진과 글. 김연경 선수가 선수들을 격려하며 "언니만 믿고 따라와"라고 말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21.08.02 digibobos@newspim.com

센 언니의 대명사 제시는 언제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저는 무너져도 다시 일어난다. 센 언니라고 하는데 저는 마인드가 센 것"이라고 말했다. 센 언니, 이는 마인드가 센 존재다. 여자 펜싱에서 10점이나 뒤진 경기를 뒤집고 끝내 이탈리아를 제쳐 동메달을 따낸 것 역시 마인드가 센 우리 언니들의 개가다.

올림픽 사상 첫 양궁 금메달 3관왕의 대기록을 세운 안산 선수는 좀 다른 의미에서 센 언니다. 안산은 남녀 혼성전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후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일부 남성우월주의 누리꾼들의 페미 공격을 받았다. 일부 언론은 혐오 발언들을 상세히 보도하며 해당 커뮤니티 게시물을 더욱 확산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그러자 BBC, 로이터, 폭스TV, 슈피겔 등 서구 주류 언론들은 한국의 이런 세태를 비판하며 '온라인 학대'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나 안산 선수는 이런 논란에 전혀 흔들림 없이 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 세 번이나 올랐고, 일본에서 애국가가 세 번이나 울려 퍼지게 만드는 위업을 만들어냈다. 이제 겨우 나이 스무살 처녀의 대단한 마인드다. 정말 '쿨하게 센 언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평정심이 있기에 그 조그만 과녁에 만점의 화살을 쏘아넣을 수 있을 터다.

안산은 금메달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페미 관련 이슈의 질문이 나오자 "경기력 외에 관한 질문은 대답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후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페미 논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 노력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에 대한 통제력과 단호함이 크게 빛난다. 인스타그램을 즐겨 사용하는 안산은 7월 28일 자기소개란에 "좋아하는 거 좋아하면서 살래"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역시 센 언니 계보에 속하는 래퍼 치타는 <개 Sorry (So Sorry)>라는 최근 노래에서 "이래선 안돼 What? 저래선 안돼 Why? 너 님은 뭔데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주눅은 안 들어 안 들려 개 Sorry 날 위한다는 변명엔 Say Sorry"라고 노래한다. 그러면서 "잘하고 있어 앞으로 지금처럼만"이라고 강조한다. 치타의 이 노래는 안산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쿨한 걸 크러쉬의 상징으로 떠오른 안산 선수와 관련해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만화 컷. 2021.08.02 digibobos@newspim.com

28일 일본에게 패해 8강에서 탈락한 여자 탁구 전지희(29) 선수도 쿨하게 센 언니라 할 수 있다. 전지희는 중국에서 귀화한 선수인데, 최근 얼굴이 과거와 달리 몰라보게 예쁘게 변해 중국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중국 누리꾼들은 '그럴려고 한국에 갔느냐' 등의 비아냥으로 비난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텐즈시(중국명) 성형'은 웨이보 검색어 1위까지 올랐다.

그러자 전지희는 웨이보 자신 계정에 "하하하. 많은 분이 글을 남겨주셔서 화제의 검색어가 됐다"며 호탕하게 응대하며 과거와 현재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는 네티즌들 사진을 직접 공유하기도 했다. 그런 다음 수많은 댓글에 "쌍꺼풀 수술은 한국 돈으로 77만원 줬다" 등의 답글을 일일이 달았다. 그러자 누리꾼들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더 잘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전지희는 하루 뒤에는 "자기 자신이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다"는 글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마치 "뭣이 중한디?"라고 나무라는 듯하다.

사실 '센 언니 담론'이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IMF 구제금융으로 힘든 시절을 보낼 때 박세리는 1998년 US오픈 우승으로 전국민에게 희망의 불꽃을 살려주었다. 신발을 벗고 바지 밑단을 올려 물이 잠긴 연못에 들어가 벙커샷을 할 때의 모습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국민은 그 때도 박세리에게서 '센 언니'의 존재감을 느꼈고, 그 존재감으로 인해 지금 세계 골프계를 평정한 수많은 '세리 키즈'들이 나왔다.

지난 몇년 동안은 대중문화 전반에서 '걸 크러쉬'가 주된 트렌드 열풍을 이끌었다. 이런 흐름은 이 땅의 여권 신장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과거 가부장적 사회에서 제 목소리 크게 내지 못했던 여성의 모습과는 달리 요즘 여성은 현실의 차별, 억압 등에 당당히 맞서 싸우며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걸 크러쉬 현상이 도드라지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성역할이 매우 왜곡되어 있었음을 역설적으로 의미한다. 

박세리는 어려웠던 시절 국난 극복의 센 언니 상징이었다면, 김연경과 안산은 선진국에 진입한 지금 우리의 쿨하게 센 상징이다. 이제 김연경은  "나처럼 되는 건 쉽지 않아. 내가 잘 하긴 하니까"라고 '자뻑'의 농담을 서슴지 않고, 안산은 "좋아하는 거 좋아하면서 살래", 나를 막지마 라고 외친다. 이런 변화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우리도 이제 이런 센 언니들의 발언이나 태도를 기분좋게 받아들이고, 같이 함께 즐기는 '성숙한 사회'로 가고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이런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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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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