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서 아이 두고 탈출…1심에 이어 2심도 "고의 없다" 판단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두고 홀로 탈출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엄마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 부장판사)는 26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갑작스러운 화재로 합리적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바로 구조하기보다 현관문을 열어 연기를 빼낸 후 구조하는 게 아이는 물론 자신에게도 더 안전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산소 등 유입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후적 평가를 통해 피고인에게 아이를 유기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유기, 방임 내지 학대 했다는 증거도 없고 당시 아이를 충분히 구조할 수 있음에도 사망하도록 내버려둘 만한 특별한 동기나 이유를 찾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
앞서 A씨는 지난 2019년 자신의 집에서 불이 나자 안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를 그대로 두고 홀로 탈출해 아이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안방 문을 열어 화재가 난 사실을 알고 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두 사람의 거리가 2m 정도로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고의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다고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당시 A씨가 집 밖으로 나와 119에 신고한 점과 행인에게 아이가 있음을 알리면서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한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외부 폐쇄회로(CC)TV 등 증거를 기초로 추리해보면 피고인이 최초 안방문을 열고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곧바로 현관문 밖으로 도망친 게 아니라, 환기를 위해 현관문을 개방하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는 피고인의 변명을 수긍할 수 있어보인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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