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질병 결정위한 평균 근무시간 못 미쳐도 인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생소한 업무를 맡은 와중에 여러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일을 함께 수행하다 주말 산책길에 사망한 50대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22년간 연구개발 업무를 하다 지난 2018년 6월 팀장으로 보임해 예산·인사 등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행정업무를 총괄했다. 그는 팀장 보임 약 10개월 후인 2019년 4월 주말 산길에서 산책을 하던 중 쓰러져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에게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 만한 업무상 부담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처분을 했고 A씨 유족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망인은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하기 하루 전까지 과다한 업무를 수행했고 희소성망막염을 앓고 있어 생소하고 과다한 업무는 더욱 큰 부담과 스트레스를 줬다"며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급성 심근경색은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망인은 팀장으로서 생소하고 방대한 범위의 업무를 일상적으로 처리하는 것 외에도 조직원들의 불만이나 반대를 조율하며 지휘부 정책을 관철시켜야 하는 조직 재구조화 및 기술료 배분 업무를 함께 수행하면서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망인은 망막장애 진단 이후 안질환 등 건강 사정이 더해져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됐다고 보인다"며 "그것이 망인의 산행 시 약간의 신체적 부담만으로도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인정되는 사실관계와 증거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업무상 사유로 인해 사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망인의 급성 심근경색 발병 전 12주간 일주일 평균 근무시간은 41시간22분으로 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고용노동부 고시 기준(1주 평균 60시간 이상)에 미치지는 못한다"면서도 "고시는 '인정기준' 자체가 아니라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해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망인의 각 업무시간이 위 고시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망인의 급성 심근경색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shl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