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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대한민국] 이번 기회에 '규제의 사슬' 끊어내자

기사입력 : 2020년04월07일 10:29

최종수정 : 2020년04월07일 11:00

"그때 원격진료 허용했더라면…" 코로나 사태에 만시지탄
대기업에 '상생' 강제하다 독일 자본에 배달시장 내주기도
국회와 검찰에 불려다니는 IT CEO들…말진치가 된 '혁신'

[편집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유례없는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100조원대의 긴급지원을 비롯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나아가 온 국민이 또 한 번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이에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오프라인 창간포럼을 취소하고 [힘내! 대한민국]이란 주제로 17주년 창간기념 기획 및 특집을 진행합니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코로나19 사태 이후 희망을 되살릴 수 있도록 힘을 불어 넣는 기획으로 구성했습니다. 많은 성원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규제완화를 민간이 읍소하면 관료나 국회가 들어주는 형태로 이뤄져 왔다. 이래서는 안 된다. 규제완화는 '민 대(對) 관'이 아닌 '관 대 관'의 줄다리기여야 한다"(김종석 미래통합당 의원)

규제완화는 항상 새 정부의 단골메뉴였다. 하지만 결과는 늘 신통치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뿌리 뽑겠다고 호언장담 했던 '규제 전봇대'를 임기 끝까지 결국 제거하지 못 햇다. 전경련 집계에 따르면 규제 개수는 2009년 1만2905개에서 2012년 1만4889개로 오히려 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암덩어리 규제'라고 일컬었던 공인인증서 역시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과 함께 '붉은 깃발'을 걷어낸다며 '규제혁신'을 주창했다. 하지만 사라지는 규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새로운 규제가 탄생하고 있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이 2019년 7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사망 1,403명 포함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5.08 leehs@newspim.com

◆ 옥시사태로 강화된 '화평법'…영세기업들 "도무지 수가 없다" 비명

"화학물질 다루는 우리들은 거의 포기 상태다. 제품 하나 매출액이 많아야 몇 억원 수준인데 화학물질 하나 등록할 때마다 수천만원씩 내야 한다. 화학물질 개수가 늘어나면 건건이 등록비가 든다"

국내 한 중소 화학업체 CEO는 최근 기자를 만나 하소연을 끝없이 늘어놨다. 지난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부담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소량 다품종을 생산하는 화학업체들은 사업을 지속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정부가 '극일'을 하자면서, 소재강국 외치면서, 화평법을 강요하고 있다"며 황당해 했다.

규제가 만들어질 땐 모두 이유가 있다. 게임 셧다운제, 대형마트 격주 휴무제, 타다금지법 등 모두 명분은 분명하다. 화평법도 마찬가지다. 제 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여론에 떠밀려 현장의 세세한 목소리를 외면한 채 국회가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다 보니 중소기업을 옥죄는 대표 규제가 됐다.

반면 기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법안들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 하고 좌절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표적인 것이 원격진료 허용 법안이다.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원격 진료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며 20대 국회 내 통과를 도모했지만 결국 좌절됐다.

4년 전 원격진료 활성화를 주장했던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원격진료가 지금 보편화됐으면 코로나19 사태에 우리가 얼마나 대응하기 쉬웠겠는가"라며 아쉬워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월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이사회 회의실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제공> 2020.01.08 justice@newspim.com

◆ 보이지 않는 규제 '상생'..5년 만에 독일 자본에 안방 내줬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규제가 기업들의 눈치를 살피게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상생이다. 우리 기업들이 상생, 골목상권 등을 주창하는 정치권 입김에 움츠러든 새 외국계 자본이 비집고 들어온 경우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배달앱 시장이 대표적이다.

배달앱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숙한 것은 2015년 무렵이다. 당시 국내 포털 기업들 역시 충분히 도전할 만큼 성장성이 분명한 시장이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중시하던 사회 분위기로 인해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배달앱 시장이면 5년 전쯤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당시 사회 분위기가 공인중개사를 의식해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도 금지할 정도로 상생 요구가 거셌다"며 "스타트업이 도전하는 분야에는 우리 같은 대기업이 발을 담금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참혹하다. 독일계 글로벌 배달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이 배달업계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에 이어 지난해 말 1위 '배달의 민족'까지 인수했다. 독일 자본이 국내 배달시장의 99%를 거머쥔 것이다. 

2018년 초 기준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출처=뉴스핌 DB>

골목상권 보호라는 정치적 구호가 결과적으로 세계 4위 한국 배달시장을 외국계 자본에게 통째로 내준 꼴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박'이 난 배달의민족은 이달부터 수수료를 대폭 인상했다. 코로나19로 배달앱 시장이 확장되는 국면을 고려하면 뼈아픈 대목이다.

외국계 자본과의 대결은 아니었지만 카카오 역시 '카풀'이라는 승차 공유 사업을 도모하던 중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다 사업을 결국 접었다. 타다금지법으로 타다 운행도 중단 예정이다.

◆ 툭하면 불려다니는 ICT CEO들…인터넷전문은행법 부결로 신융합 제동

반대로 올 초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에서 부결되면서 KT의 자본확충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이고 네이버 등 신규사업자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어려워졌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쪽에선 대주주의 불법 행위에 대해 특별히 면죄부를 줄 이유가 있는가라고 묻는다. 하지만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한 신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4차 산업혁명 어떤 행위가 불법인지 아닌지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 조차도 헷갈릴 정도로 모호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검찰은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더군다나 네이버는 국내 검색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늘 공정거래 이슈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현행법은 금융당국이 6개월에 한 번씩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돼 있다. 네이버로선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엄두를 내기 힘들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말 네이버가 자사 서비스를 검색 결과 상위에 배치하는 부당한 행위를 해 시장경쟁을 제한했다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또 공정위는 네이버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일부 계열사를 누락했다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2017년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 투자책임자. <뉴스핌DB>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정치권이 기존의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한 신사업 진출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현행법 하에서는 대주주가 이런 불법 문제에 걸리면 34%에 달하는 지분을 팔아야 한다"며 "이러니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들어오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과 ICT 환경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자는 것이지 않은가"라며 "개정안은 KT법안이 아니라 네이버를 위한 것인데 아쉽게 통과되지 못 했다"고 설명했다.

정무위 내 또 다른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반대론 뒤에는 금융노조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존 시중은행들이 네이버가 금융업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은행 경영진이 앞장서기 힘드니 대신 금융노조가 나섰다는 설명이다.

◆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드려면…기존 패러다임에 얽매인 규제 끊어내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우리 일상이 변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됐고 원격회의가 현실화됐다. 대학 교수들은 온라인 강의를 피할 수 없게 됐고 초중고 역시 온라인 개학이 임박했다.

그런가 하면 산업현장에서는 주 52시간제나 탄력근로제의 의미가 역으로 퇴색하고 있다. 당연시하던 제도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심지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이 모호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우리 경제가 깊은 침체국면에 진입했지만 반대로 이번 위기가 성장동력을 잃어가던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위해선 기존 패러다임에 얽매인 규제를 정치권이 '쾌도난마'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최운열 의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전개될 한국경제의 모습은 과거와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여야가 규제에 대한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참여한 G20 화상특별정상회의 [사진=청와대] 2020.04.03 dedanhi@newspim.com

이를 위해 김종석 통합당 의원은 규제혁신의 기본 구조를 '민 대 관'이 아닌 '관 대 관'의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이 규제의 생사여탈권을 규제 집행기관에 주면 안 되고 별도의 독립된 기관에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예컨대 금융 관련 샌드박스 인허가권을 금융위원회에 주는 현재의 규제개혁은 무의미하다"며 "정부 내 규제개혁을 본업으로 하는 상설기구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김대중 정부 때 규제개혁위원회가 출범했는데, 규제를 집행하는 관료들에게 규제 권한의 정당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도록 강제했다"며 "이를 입증 못 하면 변경하거나 없애도록 하는 '규제 길로틴(단두대)'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용어설명

* 규제 샌드박스 :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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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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