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침해하는 행위"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 A씨는 지난해 8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국가기술자격시험 전기기능장에 응시했다가 진땀을 뺐다. 당시 소변이 급했던 A씨는 시험 도중 감독관에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감독관은 "시험 중에는 화장실에 갈 수 없고 만약 화장실에 갈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시험 내내 소변을 참았던 A씨는 결국 해당 시험에 불합격했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A씨는 "무조건적인 화장실 이용 금지는 과도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 B씨도 지난 1월 변호사시험을 보다가 용변 문제로 애를 먹었다. 시험 도중 화장실이 급했던 B씨는 감독관에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요청했으나 "시험시간이 2시간을 초과하는 일부 과목만 제한적으로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후 B씨는 "응시생들은 20분 전 입실을 해야 하는데 원칙적으로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 등에게 시험 응시자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시험 운영 방법에 대해 개선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국가기술자격시험 종목은 총 494개로 시험 주관기관들은 부정행위 방지, 시험의 공정성 등을 이유로 시험 도중 화장실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화장실 이용을 전면 허용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편의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같은 시험 운영 방법이 일반적 행동자유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응시생 누구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어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봤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15년, 2016년에도 "국가기술자격시험과 공무원 선발시험에서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각 시험 주관기관에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당시 인사혁신처 등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지난 2017년부터 7급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 등에서 화장실 이용을 전면 허용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시험 중 수험생의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면 부정행위나 다른 수험생들의 집중력 보호와 관련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생리적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헌법상 보호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