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무산 선언 후 40분 만에, 시간·장소 발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제안도 15분만에 거부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무산부터 민주당이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의 시간과 장소를 발표하기까지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 짧은 사이 조 후보자와 여당 지도부 간 논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정황상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인 인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이날 무산시키고 '조국 기자회견' 카드를 애초부터 플랜B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조 후부자에 대한 임명 강행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셈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을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9.02 alwaysame@newspim.com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는 민주당에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소명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해왔다”며 “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입장을 반영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오늘 중으로 조 후보자가 자신의 입장을 국민께 밝힐 수 있는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이어 “민의를 대변하고 국민을 대신하는 기관인 국회가 국민들께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장소로 적합했다”라며 “국회 본청 대회의실에서 3시쯤 무제한 기자간담회 방식으로 하는 것이 민주당 기본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의 아내와 딸, 어머니를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부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국당의 타협안을 즉각 거부했다. 법사위 간사인 민주당 의원은 오전 11시 15분께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기자들에게 "오늘 내일 아니면 청문회 안 연다"고 밝혔다.
이후 오전 11시 30분께 민주당 법사위 위원들은 법사위 회의실을 나와 정론관에 모여 국회 인사 청문회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송기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9.09.02 kilroy023@newspim.com |
민주당이 청문회 무산을 선언한 지 20분 만에 다시 조국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 소재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을 나와 기자들에게 "청문회가 열리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최종 무산돼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이어 "오늘 중이라도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하고, 이를 당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의 발표 직후 11시 55분 경에는 홍익표 대변인이 국회에서 "조 후보자가 오늘 오후 2시 국회 본청 246호에서 무제한으로 기자간담회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조국 청문회 무산을 선언한 지 40분 만에 기자간담회의 시간과 장소까지 확정한 것이다. 야당 원내대표의 제안은 한 시간도 안 돼 휴지조각이 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청문회 무산이 한국당의 비협조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홍익표 대변인은 “한국당이 이제 와서 또다시 가족 증인에 대한 요구 일부 철회할테니 다시 연기하자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또 “국민들이 판단하실 일이지만 참을 만큼 참았고 법적 기한 넘기면서까지 양보해왔다”며 “우리는 우리 일정대로 조국 후보자 국민들께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의총을 열고 조국 기자간담회 관련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현아 한국당 대변인은 "딸은 무시험 ‘귀족프리패스’로 대학, 의전원에 합격하더니, 아빠는 ‘콘서트’하고 장관에 임명될 판"이라고 꼬집었다.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