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성 기대던 기존 포맷 탈피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연예인 부부의 2세만 주목받던 시대는 갔다. KBS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와 SBS '리틀 포레스트'에서 한 단계 진화한 육아 예능을 선보인다.
이달 첫 방송한 KBS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는 육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부모들을 대신해 아이들의 등하원을 책임진다는 콘셉트로 출발했다. 오는 29일 첫 방송을 앞둔 SBS '리틀 포레스트'는 강원도 인제의 자연 친화적인 환경 속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스타 가족, 연예인 2세의 등장에 기댔던 기존 육아 예능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포맷, 돌봄과 양육 환경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시도다.
[사진=SBS] |
◆ 김구라·서장훈·김민종의 '아이나라'…누구나 겪는 '육아 고충'에 주목
방송인 김구라와 서장훈, 배우 김민종이 출연하는 '아이나라'에서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의 등·하원을 책임질 수 없는 부모를 대신해 출연자들이 육아 전쟁을 겪어보며 대한민국 아이 돌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육아에 서투른 아버지가 바쁜 사연 신청인들을 대신해 아이를 돌봐준다는 콘셉트가 낯설고 못미덥기는 하지만 육아에 서툰 상황을 시청자가 지켜보고 공감, 개선할 수 있다는 게 포인트다.
'아이나라'의 원승연 PD는 세 사람을 각각 장점이 있어 섭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이들은 키 큰 사람을 좋아한다”면서 서장훈을 소개한 그는 “김구라 씨는 워낙 말이 많다. 아이들하고도 말하는 걸 즐긴다. 김구라 씨와 얘기가 될 것 같은 아이를 섭외하려 한다”고 색다른 재미 포인트를 예고하기도 했다. 김민종을 두고는 “헌신적인 사람이다. 애랑 같이 있는 어색한 마음을 헌신적 마음으로 푼 것 같다”고 각각의 장점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음을 밝혔다.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 김민종, 원승연PD, 김구라, 서장훈 [사진=KBS] |
과거 '아빠 어디가?'를 비롯해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다수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육아예능에서 가장 많이 불거졌던 논란은 시청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한다는 지적이다. 좋은 가정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부모의 여유로운 일상은 바쁜 일과 육아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부모들에게 귀감이 되는 장면은 아니었다. '돌봄'의 고충을 강조한 '아이나라'의 차별점은 이런 지점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의 육아예능이라 할 만 하다.
물론 방송 초기 단계라 비판도 있다. '육아 예능'에 아이를 키우지 않는 남성 출연자만 있다는 점, 여성 출연자가 배제됐다는 지적 등이 방영 전에 있었다. 첫 방송 후에는 "진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프로였으면 한다"는 시청자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연예인 2세를 출연시켜 화제성에 기대기 급급했던 여느 육아예능의 폐해를 답습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 장난감과 TV가 없는 자연으로…양육 환경을 돌아보게 할 '리틀 포레스트'
SBS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아이나라'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아이나라'에서 현실 육아의 어려움과 실태를 조명한다면 여기선 완전히 다른 양육 환경을 제시한다. 푸른 잔디와 맑은 공기에 노출되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을 자연에서 맘껏 뛰놀게 하고, 그 과정을 관찰식으로 담아 TV로 내보낸다. 이미 예능에서 친숙한 이승기와 이서진, 박나래와 뉴페이스 정소민이 공동 육아에 나선다.
'리틀 포레스트' 제작진은 완전히 새로운 육아 예능을 위해 포맷은 물론 아이들의 섭외와 구성에 주의를 기울였다. SBS에서는 파격 편성과 새로운 시도로 뒷받침했다.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기존 드라마 시간대에 80분짜리 예능이 편성되고, 16부작으로 제작된다. 최영인 CP는 "관찰 예능이라 드라마처럼 편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약간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진=SBS] |
아이들을 섭외하면서는 다양한 환경, 연령의 아이들을 모으려 노력했다. 또 네 명의 출연자가 초반에 시행착오를 거쳐 여럿을 돌보는 데 익숙해지면 새로이 합류하는 아이들도 생겨날 전망이다. 제작진은 "유치원 같은데서도 새 친구가 왔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런 걸 우리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매번 새롭게 출연자들을 리셋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거 MBC의 '아빠 어디가?'의 성공 당시부터 '아이들은 무조건 실패하지 않는다'는 '육아불패'의 흥행 불문율이 이어져왔다. 단순히 스타가 아이와 지내는 장면을 벗어나 모든 부모들의 '돌봄 노동의 고충'과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로 논의를 확장한 만큼, 이 두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새로운 반응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당분간 연예인 2세가 나오지 않는 '청정 육아예능'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이미 예감은 좋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