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린가스는 17개 원자로 구성...원천적으로 증거 없어"
“고순도 불산도 마지막 데스트단계”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일본이 에칭가스(불화수소, 불산)의 수출 규제 이유를 독가스인 사린가스 제조에 이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목하자 국내 과학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의미 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른바 사린가스는 17개 원자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미 산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불산만을 지목해 독가스로 전용되고 있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천적으로' 확실한 증거도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사린가스의 분자식을 보면 탄소(C), 인(P), 산소(O), 수소(H), 불소(F) 5종류의 원소로 돼 있고, 특히 F는 원자 1개로만 분자식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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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박인준 박사 [사진=한국화학연구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박인준 박사는 10일 뉴스핌과 전화통화에서 “불산이나 불화수소 가스를 직접 화학무기로 쓰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인 박 박사는 지난 1990년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를 세워 지난 30년간 불소를 연구해온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박 박사는 “사린가스 분자식 화학구조를 보면 구성하는 전체 원자가 17개이고, 불소(F)는 딱 하나 들어간다”며 “기본적으로 독가스 구성원소에는 탄소(C)도 들어가고 인(P)도 들어가는 형태로 돼있다. 따라서 그렇게 따지면 일반적인 탄화수소계 화합물은 모두 다 살인가스 만드는데 쓰느냐,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 주장은) 의미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사린가스를 만들려고 불소를 이용하려 할 경우, 굳이 불산을 구하지 않더라도 농약 등에서 흔히 쓰이는 '불화나트륨(NaF)'으로부터 불소를 얻을 수 있다고도 했다.
박 박사는 또 “일본에서는 몇 만t씩 불산을 생산하는데, 그러면 이것이 모두 다 살인가스 만드는데 쓰느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불산 제조의 국산화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수준의 불산는 지금이라도 생산이 가능하고 고순도 불산 역시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불산 만드는 것은 형석(fluorite·CAF2)에서부터 시작하는 기술은 이미 셋업이 돼있다. 또 그런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다 돼 있다”며 “다만, 반도체용 고순도 불산은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삼성전자에서 장비를 갖추고 마지막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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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전경련회관에서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과 해법' 긴급 세미나가 열렸다. 2019.07.10. [사진 = 송기욱기자] |
화학연의 이상구 박사도 불산의 살상무기 전용 논란에 대해 “유독가스는 대부분의 경우 인 또는 염소 화합물을 사용하고 극미량으로 살상 효과를 내야 한다”며 “하지만 불화수소 가스는 대량으로 노출될 경우에 살상효과를 낼 가능성은 있지만 다른 물질, 예를 들어 수분과 쉽게 반응해 독성이 약해지기 때문에 독가스로 전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3개 소재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불산(HF·고순도 불화수소)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포토 리지스트(PR·감광액) 3가지다.
에칭가스라고도 하는 불화수소(弗化水素·HF)는 원소번호 9번 불소(弗素·Fluorine·플루오린·원소기호 F)와 수소가 합쳐진 화학식 ‘HF’ 구조의 불소화합물이다. 불화수소 자체는 본래 무색의 기체(가스)이므로 보이지 않는다. 흔히 불화수소를 불산이라고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밀하게 보면 불산(弗酸)은 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액체, ‘플루오린화 수소산(Hydrofluoric acid)’을 가리킨다.
또 불화수소는 불소계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기초 원료가 된다. 높은 반응성 때문에 촉매제와 탈수제로도 이용된다. 특히 불화수소는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탁월하기 때문에 식각공정에 사용한다.
한편, 박 박사가 소속한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는 30년 연구 끝에 과거 100% 수입에 의존하던 불소화합물을 국산화하기 시작, 현재 10여개 불소화합물 제조 기술 공정을 개발해 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