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원선 위협하던 달러/원 환율, 1170원대 안착 모드
연말까지 1140~1150원 안정적 하향 전망 지배적
단 장기적으로 환율 변동성 대비해야 지적도
오석태 "내년 상반기 1250원 갈 수도" vs 김영익 "5년후 900원 전망"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며느리도 모른다는 환율.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1200원선을 위협하던 달러/원 환율이 하향 안정모드에 들어서는 분위기다. 상반기 지속돼온 미중 무역갈등에 최근 3개월여 신흥국 통화가치가 동반 절하하며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월말 1137.8원에서 5월말 1188.8원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다. 심지어 지난 5월엔 장중 1195원을 뚫으며 1200원 돌파를 코앞에 두기도 했다.
그러던 환율이 최근 하락 전환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의견은 극과 극이다. 국내 기관들은 연말까지 1150원선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반면 일부 외국계에선 내년 상반기 1250원선도 염두에 둬야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지난 3개월간 달러/원 환율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
◆ "연말까지 완만한 하락"
미중 무역갈등이 단기간에 타결되긴 어렵지만, 이미 환율에 선반영된 만큼 앞으로 환율이 급등하긴 쉽지 않다고 국내 기관의 시장 참가자들은 입을 모은다. 오히려 미국 경기둔화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앞으로 환율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영하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6월말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당분간 환율이 1170원대에서 횡보한 뒤, 연말까지 1140원대로 내려갈 것으로 봤다. 그는 "국내 경기둔화 등 이슈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달러가 약세"라며 "1195원대에서 외환당국이 강한 개입의지를 밝힌 만큼, 문제가 생기더라도 1200원선은 지켜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준우 대구은행 외환딜러 역시 그동안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4월 역외배당금 집중 △반도체 수출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왔으나, 악재들이 모두 선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봤다.
하 딜러는 "미중 무역갈등은 어차피 타결 기대감이 크지 않고, 더 악화할 경우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어서 환율을 크게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최근 달러인덱스도 98에서 97선까지 내려온데다, 하반기 미국 경제는 상반기보다 좋지 않을 것이어서 앞으로 20~30원 정도는 더 빠질 것"으로 봤다.
전승지 삼성선물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GDP가 마이너스(-) 0.4%로 저조한데다, 4월 경상수지 역시 7년만에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예견돼 온 일로 이미 환율에 선반영돼 있어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 이코노미스트 역시 6월 말까지 1180원대를 유지하다가 연말께 115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봤다.
◆ "환율, 아무도 몰라…장기 변동성 대비"
다만 장기적으로 달러/원 환율 변동폭은 여전히 크다는 관측도 있다. 환율 상승/하락 재료들이 여전히 많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여지는 높다는 분석이다.
오석태 SG증권 전무는 전 세계 경제가 내리막길로 접어든 이상, 환율 상승은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오 전무는 "달러 강세, 약세를 따지기보다 큰 그림을 봐야 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두차례 내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향후 1년간 침체기를 예상하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환율이 1250원대로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Fed)의장은 "무역전쟁 리스크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늘 그렇듯 연준은 경기 확장을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오 전무는 "바꿔 말하면, 미중 무역분쟁 해결과 금리인하가 함께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며 "최근 급등했던 환율이 '단기적 피로감'으로 보이며 내려왔으나, 우리나라 수출 부진 등 영향으로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 "5년후 환율 900원까지 간다"
이와는 달리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내년부터 미국 경제 침체가 가시화 될 것이어서 장기적인 달러 약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익 교수는 "미국은 부채규모가 너무 커서 재정정책 여력이 크지 않고, 통화정책 여력도 크지 않다"며 "미국 경기 둔화 자체가 달러 약세 요인인데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약달러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무부가 주장하는 '상계관세'나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기준 강화 등이 모두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이란 설명이다.
김 교수는 "2017년 정점을 찍은 달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올해 잠깐 반등했으나, 대세에 영향은 없다"며 "한번 달러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주기가 5년정도 이어진다. 5년 후 환율은 900원까지 갈 것"으로 봤다. 이어 그는 "다만 다른나라 통화 대비 원화 가치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어서, 달러/원 환율 하락에 따른 대미 수출 경쟁력 약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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