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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9-4) 강제이주 겪은 고려인 할머니의 회상

기사입력 : 2019년05월13일 16:23

최종수정 : 2019년05월13일 16:24

극동서 가축운반용 화물열차로 40일 이동...기아·질병에 사망자 속출
중앙아시아 벌판에 토굴짓고 생활...식인종 소문 속 농작물 재배 성공

[서울=뉴스핌] 김흥식 객원논설위원 = 강제이주를 온몸으로 겪었던 김연옥 할머니의 체험적 회상기가 타쉬겐트에서 발행되는 한글신문 ‘레닌기치’(나중에 고려신문으로 개칭)에 실렸다. 강제이주 과정에서 끔찍한 상황은 나치 독일이 유태인을 화물열차에 강제로 태워서 강제수용소로 끌고 가던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문 대통령, 강제이주 관련 단막극 '기억' 배우들과[서울=뉴스핌] 카자흐스탄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1일 오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에서 강제이주 관련 단막극 '기억'을 관람한 뒤 무대에 올라 배우들을 격려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19.4.21

◆타쉬켄트 '고려신문'에 실린 김연옥 할머니의 강제이주기

황량한 벌판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품고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는 고려인들의 모습이 깊은 울림을 준다. 간략하게 소개한다.

“강제이주령이 내려진 이튿날 새벽 우리 가족들은 화물선에 실려 나호드카로 이송되었다. 그곳에서 나흘을 굶다시피 했다. 그 다음날 가축운반용 화물열차에 실렸다.

탑승 전 고려인들의 공민증은 모두 회수되었다. 우수리스크, 하바로프스크, 이르쿠츠크 등에서 수일씩 머물렀다. 삼엄한 경비로 차량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식량배급을 받지 못했기에 각자 떠날 때 휴대해온 식량으로 끼니를 이어나갔다. 위생상태가 특히 불량했다. 출발부터 40일이 걸린 도착 때까지 목욕을 하지 못해 옷에는 이가 바글바글했다.

계봉우-황운정 지사 유해,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서울=뉴스핌] 21일 오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국제공항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계봉우·황운정 지사 부부 유해 봉환식에서 카자흐스탄 전통 의장대가 두 지사의 영정과 유골함을 한국 의장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19.4.22

◆강제이주령 뒤 가축운반용 화물열차로 40일 이동...기아·질병에 사망자 속출 

열차가 정차하면 여자들은 창을 열고 머리털을 털었는데 이가 허옇게 쏟아졌다. 남자도 속옷을 벗어 털었는데 비슷했다.

이주 도중에 병자가 생기면 그 즉시로 들것에 실어내 어디론가로 가져갔다. 치료 후 가족에게 보내준다고 약속했으나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 실종자가 됐다. 명이 짧은 사람은 무덤 없는 황천객이 돼 버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병자를 알리지 않게 되었고 병자도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고 기를 썼다. 아이들이 특히 많이 죽었다. 감기와 화상이 원인이었다. 열차 안에는 난로 하나가 있는데 끓는 물로 인해 어린이들이 화상을 자주 입었다.

우리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 벌판에 정착지에 도착하자마자 극동에서 떠날 때 받은 약속 실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향 땅에 두고 온 집, 농작물, 가축 등등의 보상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약속은 말뿐이었다. 이 억울한 현실 앞에서 우리 고려인들은 자신의 피땀으로 대대로 모은 재산을 잃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절도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의장대 [서울=뉴스핌]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현지시간) 중앙아시아 3국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독립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가운데 투르크메니스탄 의장대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2019.4.17

◆중앙아시아 벌판에 토굴짓고 생활...식인종 소문 속 농작물 재배해 곡식 수확  

벌판에 토굴집을 짓고 살림을 시작했다. 생활여건이 너무 어려워 이주민 거의 모두가 설사와 감기를 앓았다. 겨울이 오자 굶주리고 얼어죽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우리 고려인들은 아무리 괴롭고 고생스러웠지만 장례 때마다 민족의 전통과 풍습을 지켜 나갔다.

현지 주민인 카자흐인들 사이에는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이 아이를 잡아먹는 식인종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겁을 먹은 인근 주민들이 멀리 떠나는 일도 있었다. 이주 다음해인 1938년 봄이 왔다. 초원에는 민들레를 비롯한 야생 나물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야생 나물을 잘 알았기에 식량으로 만들어 먹었고 다행히 죽음을 면하게 됐다. 가져온 쌀, 콩, 밀 등 씨앗을 뿌려 그해 가을 수확을 거두었다. 현지인들은 난생처음 보는 이런 농작물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우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사할린 희생사망동포 위령탑 앞에서 필자 [사진=뉴스핌DB]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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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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