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봉우 애국지사 손녀 계 이리나 씨 "영광"
"늘 혼자 방에서 무엇인가 쓰던 할아버지"
문대통령, 계봉우·황운정 지사 현지서 유해 봉환식
[누르술탄=뉴스핌] 채송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카자흐스탄의 수도 누르술탄에서 계봉우·황운정 애국지사의 유해 봉환식을 거행한 가운데 계 지사의 증손녀 계 이리나 씨가 "할아버지의 소원이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
통역에 따르면 계 이리나 씨는 21일 "할아버지께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살아생전의 꿈이었다"며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이렇게 할아버지의 꿈이 이뤄져 기쁘다"고 했다.
계봉우 애국지사 사진 [사진 제공=청와대] |
계씨는 "저희 가족들도 할아버지의 유해 봉환 소식이 무척 반가웠고, 또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CIS(독립국가연합) 내 고려인 동포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계신 것에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계씨는 할아버지인 계봉우 지사에 대해 "아버지가 어릴 적 할아버지는 늘 혼자 방에서 무엇인가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며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방해하지 말라고 했고, 그래서 아버지는 문지방에 구멍을 뚫어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고 한다. 항상 뭔가를 쓰고 계셨는데, 이렇게 완성된 할아버지의 작품들이 모스크바 학교에 증정됐다"고 언급했다.
계씨는 "다만 독립운동 당시 얘긴 전해 듣지 못했다"며 "아버지가 할아버지께 당시 얘기를 전혀 듣지 못한 것은 행여라도 할어비자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얘기가 밖으로 새 나가면 감옥에 끌려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 지사는 신민회에 가입해 구국운동을 전개했으며 1911년 북간도로 망명해 광성 학교에서 국사와 국어교과서를 편찬·교육하는 등 민족교육에 전념했다. 1919년 북간도대표로 임시의정원 의원을 지냈고, 1920년 5월 임시정부 간도파견원으로 활동했다.
황운정 지사와 큰 딸 라이사, 손자와 손녀들의 사진 {사진=청와대} |
계 지사는 1937년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후 조선문법, 조선역사 등을 집필해 한국어 및 역사 연구와 보급에 나섰다. 정부는 이에 지난 1995년 계 지사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황운정 지사는 1929년 함북 종성 및 온성 일대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했고 체포를 피해 1920년 중국 길림성 왕청현으로 망명했다.
1920년부터 1922년까지 러시아 연해주 연추 솔밭관 한족공산당의 행정부원을 역임했고, 부속 무장부대의 일원으로 선전공작을 통한 대원의 모집 및 일본군과의 전투를 전개했다. 황 지사는 지난 200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계기로 계 지사와 황 지사와 구 배우자 4인의 유해 봉환식을 거행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군악대의 연주 속에 애국지사들의 유해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2호기를 통해 그리웠던 고국으로 봉환된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