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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새 연호 ‘레이와’는 어째서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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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며칠 후인 5월 1일이면 일본 연호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국내 학자들을 포함한 대다수가 일본 새 연호의 본질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아베 총리가 강조하고 있는 그대로 레이와가 ‘아름다운 질서’를 뜻하나보다 하고 그대로 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4월 4일 재외공관에 레이와가 ‘Beautiful Harmony’임을 의미한다고 현지 언론에 적극적으로 설명하라는 긴급 지령을 보냈다. BBC나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상당수 해외 언론이 ‘레이와’를 ‘Order and Harmony’라거나 ‘Command and Harmony’로 표기해, ‘령(令)’을 ‘지시’나 ‘명령’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아예 “이번 연호에는 규칙·법의 의미도 있다. 군사적 역할 확대를 주장하는 아베 내각이 정했다”고 지적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1일,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될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공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령’은 형용사로 쓰이면 ‘좋다’ ‘아름답다’라는 의미지만, 해외 언론들은 아베 정권의 일본은 이를 형용사보다는‘명령한다’는 동사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쪽이 많은 것이다.

‘레이와’는 분명 ‘일본의 질서를 명령한다’거나 ‘일본의 질서를 지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쪽이 아베의 혼네(본심)에 가까울 것이며, 이 연호를 선택한 이유라고 보인다.

일본인은 아주 옛적부터 자신들의 나라를 ‘와(和)’로 지칭했다. 진무천황(神武天皇)이 야마토(大和) 지방, 즉 지금의 나라(奈良) 땅에 건국을 한 이후 그들에게 일본은 ‘야마토(大和)의 나라’였다. 따라서‘대화혼(大和魂, やまとだましい)’, 즉 ‘야마토다마시이’는 일본의 근본을 이루는 건국과 일본인 본연의 정신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대화혼’의 일본 민족정신은 ‘와(和)’로서 단결된 집단정신, 개성보다 협동, 부분보다 전체를 중시하는 단결심을 의미한다.

또한 적(악)을 힘으로 굴복시키고, 위기 앞에 발휘되는 용맹성과 돌격정신 및 희생정신이며, 임무 수행을 위해 죽음을 초월해 패배를 배척하며,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국가의 독립자존을 위해 단결하여 자위 영역을 구축하는 정신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두 번이나 올랐으나 지금의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일본 자위대의 총궐기를 주장하며 할복자살한 극우군국주의자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는 그의 <애국심>이란 수필에서 “미합중국과 달리 일본인에게 일본은 내재적(内在的)이고도 즉자적(即自的)이라서… 일본에게 기독교의 사랑(전인류적인 사랑)은 맞지 않고 일본어의 ‘연(恋)’이나 ‘대화혼(大和魂)’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일본인은 전인류적인 보편적 사랑보다도 ‘대화혼’의 가치(정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강조다.

무엇보다 ‘대화혼’은 천황제의 국수주의 사상, 전쟁 때 동원되는 군국주의 이념으로 널리 선전되었다. 이에 따라 조선 병탄은 물론 아시아 침략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몸을 바치라는 일본 군인정신을 부추기는 단어로 사용됐다.

친일민족반역자로 시인이자 국회의원, 예술원회원이었던 모윤숙(毛允淑)이 1941년에 쓴 <지원병에게>라는 시는 총알받이로 쓰일 조선 장병들의 참전을 다음처럼 독려했다.

대화혼(大和魂) 억센 앞날 영겁으로 빛내일
그대들 이 나라의 앞잽이 길손
피와 살 아낌없이 내여바칠
반도의 남아(男兒)
희망의 화관입니다

조선의 장병들에게 대화혼으로 자신의 피와 살을 아낌없이 받치라고 노래한 것이다. 그런데 ‘와(和)’는 자기 자신을 뜻하는 ‘아(我)’와도 같은 발음이다. 개인으로서의 ‘나’를 나라와 동일시하는 의미가 ‘와(和)’에는 들어있다. 앞에서도 말했듯 나는 곧 집단이자, 일본이다. 따라서 ‘와’가 최상의 정신인 일본에서는 집단의 행동과 사고가 곧 나의 행동과 사고가 된다. 집단을 벗어난 나는 존재할 수 없다.

일본에게 주변국은 ‘와’가 아니므로, ‘와’의 세계로 편입시켜야 하는 대상이 된다. ‘와’는 일왕(천황)을 중심으로 한 총화합, 조화, 통일이다. 그것이 곧 아름다운 질서다. 따라서 강제 무력을 써서라도 주변국을 ‘와의 질서’, 곧 일본의 질서로 굴종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레이와(令和)'라는 말은 곧, 일본 중심의 질서로 편입시키겠다는 ‘일본의 명령’이라는 말이다. 일본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사람(국가)는 일본에 편입시켜 조화를 꾀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어찌 아름답게 마음을 주고받는, 평화를 앞세우는 연호라고 할 수 있는가.

아베 총리가 제 아무리 간교한 혓바닥으로 혼네를 숨기고 이를 미화하려 하지만, ‘레이와’는 불가역적으로 침략 본성 군국주의 이빨을 드러낸 연호다. 정말로 통탄할 일이다. ‘천지와 내외의 평화를 이룬다’는 뜻이었다는 ‘헤이세이’ 시절에도 일본은 평화를 도모한 적이 없다. 하물며 ‘레이와’의 앞날은 어떠할까. 일본은 진정한 참회와 반성은 뒷전이고, 날이 갈수록 군국주의 망령에 사로잡혀 전쟁의 길로 돌입하고 있다. 


조용준 digibobos@hanmail.net

작가 겸 문화탐사 저널리스트. 전 동아일보 기자, <주간동아> 편집장. <유럽 도자기 여행> 시리즈,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 등 다수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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