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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6-2) 김정일이 총애한 북한유학생 망명사건

기사입력 : 2019년03월06일 16:11

최종수정 : 2019년03월06일 16:11

김정일이 직접 챙긴 '김명세' 망명 놓고 남·북한 치열한 외교전
북한서 촉망받던 과학영재...소련붕괴 목격 후 동요 서울 동경
피신한 한국인 선교사 집에 북한 요원들 진입시도...외신 생중계

[서울=뉴스핌] 김흥식 객원논설위원 = 소련붕괴 얼마 후 발생한 북한 유학생 망명 사건을 놓고 남·북한 간에 물러설 수 없는 외교전이 벌어졌다. 1992년 6월 모스크바에 유학 중이던 김명세라는 북한 학생이 정치적 망명을 러시아 정부에 신청한 사건을 말한다.

러시아 최고 명문인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본관 앞 필자 [사진=뉴스핌DB] 

◆김정일이 직접 유학 챙긴 '김명세' 망명 놓고 남·북한 치열한 외교전 

북한 주민의 망명은 이따금 일어나는 일이어서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김명세의 경우 북한이 망명저지를 위해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처음에는 수수방관하던 러시아 정부가 한국 입장을 반영해 개입으로 돌아서면서 북한의 완패로 끝났다.

내막을 취재해보니 북한이 김명세의 망명을 한사코 제지하려 한데는 나름대로 절박한 사정이 있었다. 당시 31세의 김명세는 러시아 최고 명문 모스크바대학에서 지구물리학 전공의 박사 과정 학생이었다. 1985년 김일성대학을 수석 졸업한 김명세는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이 유학을 보내도록 특별 지시해 87년부터 모스크바 유학에 들어갔다.

김정일이 직접 챙긴 학생이니 북한 대사관이 얼마나 신경을 썼을 지 짐작이 간다. 김명세는 집안 배경도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는 외교관 출신이고 삼촌은 북한 공군의 고위 장성이라고 했다. 공군사령관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김명세는 북한에서 앞날이 보장된 촉망받는 과학영재였던 것이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거리에서 김일성(왼쪽)과 김정일의 초상이 포착됐다.

◆북한서 촉망받던 과학영재...소련붕괴 목격 후 동요 서울 동경 

그런 김명세가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이 갑자기 붕괴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두 눈으로 보게 되면서 충격과 함께 공산체제에 대한 회의를 가지게 됐다. 또 한국 유학생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과제물을 주고받기도 하며 속마음을 얘기할 정도로 친해지자 서울을 동경하는 마음이 들게 됐다.

북한 대사관은 소련 붕괴 이후 사상적 동요를 막기 위해 유학생들을 매주 금요일마다 대사관으로 소집해 사상학습을 받도록 했다. 김명세의 사상학습 참석이 점차 소홀해지자 동료 유학생과 대사관 소속 요원들의 밀착 감시가 시작됐다. 위기를 느낀 김명세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인 선교사 집으로 피신해서 한국대사관의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은닉장소를 알아낸 북한 대사관은 처음에는 남한 안기부에 의한 ‘납치’라고 주장하고 건장한 요원들을 문제의 아파트로 보내 김명세를 끌어내려고 했다. 북한요원들이 매일 아파트 주변으로 찾아가 “나오라우. 안 그러면 확 죽여 버리갔어”라고 고함과 욕설을 내뱉는 등 등 북한인들의 행패가 계속되자 이웃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작년 2월 8월 북한 인민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진행 중이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

◆피신한 한국인 선교사 집에 북한 요원들 진입시도...외신 생중계 국제문제 비화    

그런 대치 상태가 며칠 이어지는 가운데 김명세를 끌어내지 못해 안달이 난 북한은 평양에서 별도의 특수요원을 급파했다. 북한 요원이들은 문제의 아파트 지붕에서 줄을 타고 접근해 창문을 깨서 진입하려고 했다. 현장을 경계하기만 했던 러시아 경찰이 적극 제지에 나섰다. 한국 특파원은 물론이고 CNN 등 수십 명의 외신기자들이 대거 현장에 몰려와 현장 중계를 하는 등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한국대사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김명세의 서울행이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사관 측은 일단 러시아로의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도록 했다. 그러자 북한 대사관은 ‘안기부 납치’ 주장을 버리고 대신 밀수행위를 한 잡범에 불과한 범죄자라며 김명세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러시아 외무부에 요구했다.

북한은 김명세에게 망명이 허용될 경우 결국은 서울로 가게 될 것을 우려했던 것 같다. 러시아 정부는 북한의 밀수범 주장은 말이 안 되고 국제법에 의거해 김명세의 망명 의사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했다. 북한 측이 자국민이라는 이유로 제3의 장소에서 본인과 직접 대면해 망명의사를 확인하겠다고 제안하자 러시아로서는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북한 대사관 측은 김명세와의 대면에서 평양에서 보내온 그의 부모 및 아내의 육성녹음을 틀어주며 달래고 협박했다. 가족들은 “돌아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돌아오지 않으면 온 가족이 다 죽는다”고 울음으로 호소했으나 그는 끝내 망명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스핌] 황숙혜 기자 = 폭설이 모스크바를 강타했다. 2019. 03. 01.

◆러시아로 망명 후 서울 도착...북한 러시아 유학생 전원 철수도

당시 옐친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바로 앞둔 시점이었다. 해결의 키를 쥔 대통령이 서명을 하지 않고 출국해 버리면 망명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았다. 초조해진 우리 대사관 측은 러시아 외무부에 망명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양국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지 모른다고 압박했다. 옐친 대통령의 방한이 그해 하반기에 예정돼 있었다.

결국 코지레프 외무장관이 6월15일 프레스센터에서 김명세의 정치적 망명이 허용되었다고 발표했다. 옐친 대통령이 미국 출발 하루 전에 망명허용 문건에 서명했다고 한다. 프레스센터에 나온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동맹관계인 러시아가 우리를 이렇게 배신할 수 있느냐”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그것으로 게임 끝이었다.

옐친 대통령 입장에서도 김명세 망명카드는 신생 러시아가 과거의 소련과 달리 ‘인도적’이라는 이미지와 명분을 쌓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정치적 망명을 허가받은 김명세에게 바로 영주권이 부여돼 북한으로서는 그의 신병을 놓고 어찌 해볼 도리가 없게 됐다.

김명세 망명여파로 북한은 러시아에 유학중인 학생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김명세는 한 달 후 러시아의 묵인하에 서울에 도착했다. 망명사건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의 외교력이 돋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남북한 간 치열한 체제대결의 결과로 일어난 빚어진 한 가정의 붕괴를 보게 돼 뒷맛이 씁쓸했다. 김명세는 북한에서 한때 촉망받았던 과학자의 꿈을 접고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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